[류시현의 톡톡톡] 야구는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다.’ 야구 볼 때 자주 나오는 말입니다. 특히 9회말 지고 있는 팀의 팬들은 마치 주문처럼 저 말을 되뇌면서 꼭 역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결과는, 팬심만큼 반전이 자주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일어나기 때문에 이번 가을 야구, 울고 웃었습니다.

 

지난 한국시리즈 6차전 9회초.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동점으로 만들고 여기에 8회말 한 점 추가, 4-3으로 뒤집은 두산은 ‘에이스’ 린드블럼을 마무리로 내보냅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1위, 15승 투수답게, SK의 1, 2번 타자를 각각 4구 삼진으로 돌려보냅니다. 이제 아웃카운트 하나면 두산의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관중석은 흰색으로 물결칩니다. 타석엔 포스트 시즌 6푼7리의 타율을 보이고 있는 최정이 들어섰습니다. 투앤투(2-2)에서 파울볼이 나온 후 캐스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SK 선수 중 한국시리즈 경험이 가장 많은 최정, 하지만 이번 시리즈 최정의 방망이는 안타까울 정도로 침묵하고 있습니다.” 마치 이 말이 최정의 방망이를 깨운 것처럼, 린드블럼의 손을 떠난 6구는 최정의 방망이를 맞고 담장을 넘어갑니다. 4-4 동점. 순간 잠실 관중석의 물결은 붉은 색으로 바뀝니다. 

 

야구는 흐름을 타는 스포츠란 말도 많이 하는데요, SK의 이 흐름은 플레이오프 넥센과의 5차전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2승을 먼저 챙기고 내리 2게임을 내준 SK. 9-4로 다섯 점이나 앞서고 있는 상태에서 넥센에게 9회초 5점이나 내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때도 동점홈런은 2사후 포스트 시즌 부진하던 박병호의 방망이였습니다. 그 후 9회 말에 1사 1,2루 기회가 있었지만 SK는 점수를 내지 못했고, 바로 넥센은 10회초에 추가점을 냅니다. 그럼 확률적으로 흐름은 넥센에 있거든요. 그런데 그 흐름을 SK는 다시 자신들 쪽으로 바꿨습니다. 1,2번 타자 둘의 백투백 홈런이 나오면서 바로 동점과 역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때 시작된 SK의 승기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는지요. 게다가 공교롭게도 두 경기 모두 결승점은 2번 타자 한동민의 홈런이었네요.  

 

이제 2018프로야구는 역사가 되었습니다. 10개 구단 모든 선수와 관계자분들 1년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토브 시즌 잘 준비하셔서 멋진 내년 시즌 기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매년 겪는 일이지만 이제 한동안 저녁에 많이 심심하겠네요. ㅎㅎ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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