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글’로 배우는 자기계발

초창기 청년기 시절 내 가장 친한 친구는 대형서점의 직원이었다.

 

그 당시 나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 친구가 근무하던 서울 종로의 대형서점에 들렀고, 그때마다 새로 나온 책을 선물 받곤 했다. 그 덕분에 당분간 잠시나마 책과 서점이라는 공간과 친해질 수 있었다. 그때 생긴 특이한 취미 중 하나가 그가 퇴근할 시간을 기다리며 책 내용이 아닌 제목들을 섭렵하는 일이었다. 바빠지면서 한동안 서점 가는 것조차 어려워져 이 취미를 자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평소 갖가지 책을 섭렵하려고 꽤 노력하지만 아직까지 친해지기 힘든 두 부류의 책이 있다. 바로 재테크 관련 서적과 자기계발서다. 재테크 관련 서적의 제목을 훑다 보면 ‘저분들은 책 내용대로 돈을 벌면 편할 텐데 왜 책을 팔아서 돈을 벌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자기계발서 역시 ‘인생을 수업한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등 솔깃한 문구를 내세운다. 몇 권 훑어본 적은 있지만, 결국 ‘누가 몰라서 안 하나? 알아도 못 하는 거지’라는 생각만 든다.

 

최근 오랜만에 서점에 들를 기회가 있었다. 매대엔 여전히 청년을 대상으로 한 자기계발서 분야가 호황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거나 ‘청춘은 방황해도 괜찮다’고 하거나, 아니면 ‘청춘은 거침없이 달리라’고 권유하는 등 온갖 제목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왜 청춘은 항상 아파야 하며 방황해야 하며 언제까지 달려야 하는지, 물론 그 제목만 봐서는 알 수 없었다. 그 제목들은 오지선다 객관식 문제를 떠올리게 했다. 인생이 문제라면 이 자기계발서의 책 제목들은 그 오지선다 답안들 같았다. 사람들은 그 제목 중에서 정답일 것 같은 책을 골라 가는 걸까.

 

각자의 인생이 모두 다른데, 왜 사람들은 비슷한 대답만 고르는 건지 의문이 든다. 각자 본인에게 맞는 경험이 있고 그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인데 말이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 문제에 가까울 테니까.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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