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요즘 애들’에 대한 한탄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20년 전만 해도 ‘요즘 애들’은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많았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땐 등굣길 버스 운전기사가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일명 ‘보온밥통’(이름이 밥통이다 보니 용량도 무시무시했다)이라고 해서 도시락을 싸서 다녔으며 학교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체크한다면서 매년 배변 봉투를 나눠줬다. 지금 자라나는 새싹들은 상상도 못 할 일들이다.

 

좀 더 나아가 4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자정이 넘으면 통금이라고 해서 거리를 돌아다닐 수 없었고, 미니스커트를 입는 건 경범죄였으며 장발인 사람의 머리를 자르려고 경찰들이 가위를 들고 다녔다. 사실 나도 이 시대는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때는 아직 세상에 없었으니까. 그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어른들이 젊은 세대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훈수 두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이 말을 할 나이가 됐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되는 요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는 게 아니다. 그저 그 시대의 분위기에 맞게 변하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눈에 왜 아이들이 버릇이 없어 보이는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새로운 세대의 생각과 행동은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을 바꾸기 마련이다. 기성세대로서는 그 틀이 깨지면 의식적으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신세대에게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어”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기성세대의 그런 비난을 이해할 수 없으니 더욱 반발하게 되고, 결국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나만 해도 그런 잣대로 후배들을 평가하려는 건 아닌지 경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 문장만 인용해 보겠다.

 

“예로부터 ‘요즘 젊은이는 안 돼’라는 말이 있었지만, 특히 지금 젊은이들은 심하다. 우선 당사자들의 의식 자체가 없다. 게다가 독립할 생각도 없고 항상 무엇인가에 의존하려 하고 소비에만 치중하며, 뭐 하나 직접 만들지도 못하면서 그저 비판만 할 뿐 ‘손님 정신’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중대한 사태이며 요즘 사회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여러분이 방금 읽었던 이글은 놀랍게도 1977년도의 한 신문에 실렸던 사설의 한 단락이다. ‘요즘 애들’의 대한 한탄은 지구가 멸망하는 그날까지 사라지지 않을 영원한 ‘떡밥’이 아닐까.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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