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한강에 검은색 북극곰이?

깊어가는 가을에서 누군가 너의 즐거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 지는 해의 노을을 바라보며 한강을 산책하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즐거움의 길목에서 나도 모르게 다리가 굳어 한 발짝 뒤로 물러선 일이 있으니 한강 다리 밑에서 만난 검은색 북극곰이었다.

 

놀란 마음에 이 북극곰이 과연 무엇인고 찾아봤더니 서울시는 여의도·이촌 한강공원에 ‘한강_예술로 멈춰. 흐르다’를 주제로 한강이 가진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담아낸 총 37개(이촌 24개, 여의도 13개)의 공공예술 작품을 설치했다고 나와 있었다. 폐타이어의 특성을 이용한 피부, 근육, 이빨, 뿔 등을 살아 움직이는 듯한 묘사를 통해 곰이라는 강한 생명체에 더욱 커다란 역동성과 강렬한 존재감을 불어넣고 서울의 역사적 상징이 된 한강철교 밑에 설치되는 북극곰은 한강이 오래도록 지녀온 강한 생명력을 부각시키며,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라는 설명이 나와 있긴 하지만 어둑해지는 저녁에 검은색 괴수가 한강철교 위를 지나는 많은 열차의 굉음과 어울려 예술이라기보다 정확한 내 느낌을 표현하자면 정말 무서웠다는 것이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양한 시각적 차이는 있겠으나 한강에서 폐타이어로 만든 북극곰을 만난 놀란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만약 그런 의미의 예술적 표현이라면 대성공을 거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서울시에서 몇 번의 예술 작품을 한강에 선보인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다소의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2014년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 1억8000만원을 들여 대형 ‘괴물’ 조형물을 설치해 진짜 괴물 같아서 논란을 일으켰고, 이어 지난해 5월 서울로의 폐신발 3만여 켤레를 100m 이어 붙인 ‘슈즈 트리’를 설치했다가 다양한 사람들의 발냄새를 한 번에 맡아 보는 것이냐며 시민들의 비아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만약 전문적인 작품을 다루는 갤러리에서 저 작품을 만났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지만 한강은 높은 수준의 예술성을 느끼고 싶어 자발적으로 직접 찾아간 갤러리가 아닌지라 더욱더 시민들이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가는 작품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관계자께서 혹여나 “네가 예술을 알아?”라고 물으신다면, 그냥 전 “모릅니다. 다만 무섭고 싶지는 않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싶다. 

 

잠시 후 산책을 나갈 생각이지만 오늘은 한강철교 밑의 북극곰을 바라보며 시민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개그맨 황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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