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넥센 김규민의 가을야구, 중압감 아닌 이정후 그림자와의 싸움

[스포츠월드 김두홍 기자]프로야구 넥센 김규민이 23일 고척스카이돔구장에서 열린 '2018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4차전 한화와의 경기 4회말 2사 만루때 2타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고척=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2018.10.23.

[스포츠월드=이재현 기자] “재미는 있는데…”

 

올 시즌 넥센표 화수분 야구의 성과로 꼽히는 외야수 김규민(25)은 적은 프로 경력보다 여유가 넘치고 당찬 성격의 소유자다. “떨리기는커녕 재미있을 것 같다”란 생애 첫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 또한 남달랐다. 일찌감치 백업 선수로 포스트시즌을 치를 것이라 예상했기에, 긴장감이 덜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뒤 상황이 급변했다. 주전 좌익수 이정후가 수비 도중 어깨 부상을 당해 그대로 시즌을 마감했기 때문. 장정석 넥센 감독은 이정후의 대체자로 곧장 김규민을 점찍었다.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플레이오프에선 김규민이 넥센의 외야를 이끌어야 한다.

 

떨리지 않을 줄 알았지만, 막상 선발 라인업에 포함돼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러보니 긴장감을 전부 숨길 순 없었다. 수비는 물론 타석에서도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김규민은 "준플레이오프 3차전 2회까진 외야에서 떨렸다. 오랜만에 주전으로 나서다 보니 타석에선 공을 많이 보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단 두 경기만을 치렀지만, 포스트시즌 적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걱정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이정후의 그림자다. 프로 데뷔 2시즌 만에 수비와 타격에서 모두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난 이정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은 상상 이상이다.

 

김규민은 “(이)정후가 호수비를 수차례 보여주지 않았나. 대체 선수로 나선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라고 설명했다. “정후만큼은 아니더라도 중간만 하자”란 각오 속에서 외야로 나서는 중이다.

 

대신 타격에선 이정후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2경기에서 안타가 없었던 이정후와 달리 김규민은 23일 5-2 승리로 막을 내린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2타점을 올렸다. 그럼에도 “정후는 원래 잘했던 선수라 잠시 주춤해도 잘 모르지만, 못 하는 선수는 타격에서 조금만 못해도 금방 표시가 난다”며 겸손함은 여전하다.

 

김규민은 ‘후배’가 남긴 거대한 그림자와 연일 사투 중이다. 2루수 송성문을 발견했던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넥센의 화수분 야구는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swingman@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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