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호의 영화 속 건강이야기] 혹한 속 감동실화 '히말라야', 산행에 체온유지가 필수인 이유

최근 네팔 히말라야 등반 도중 숨진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 대원들의 시신이 고국으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이들을 기리는 추모물결도 이어지고 있다. 원정대의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그들이 목숨을 바쳐 개척하려던 ‘코리안웨이’는 남은 사람들에게 계속 이어질 것이다.

구르자히말 원정대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니 유명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지난 2005년 조직했던 휴먼 원정대의 이야기가 떠올라 영화 ‘히말라야’를 다시 찾아보게 됐다.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고산 등반가들의 고난과 비애, 끈끈한 유대를 느낄 수 있다.

홍길(황정민 분)은 아끼던 후배인 무택(정우 분)이 에베레스트산 등정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무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동료들과 휴먼원정대를 결성한 홍길은 위험하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히말라야를 향해 길을 떠난다.

고산 등반가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살을 에듯 불어 닥치는 추위다. 세계 최초 히말라야 16좌 등정을 달성한 엄홍길 대장도 동상으로 오른쪽 엄지발가락과 두 번째 발가락 일부를 잘라내야만 했을 정도다.

최근 주네팔대한민국대사관이 배포한 히말라야 트래킹 유의사항에도 고산지역에서의 체온유지를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강조하고 있다. 저체온증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존재다. 이는 히말라야처럼 높은 산맥이 아니라도 국내 등산객들에게도 자주 발견된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내려간 상태를 말한다. 주로 장시간 추위에 노출돼 떨어진 체온을 회복하지 못해 유발된다. 산은 고도가 높고 바람이 강해 평지에 비해 기온이 낮다. 등산하는 동안 흘린 땀이 증발하면서 체온이 손실되면 저체온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저체온이 지속될 경우 과호흡, 의식장애, 심폐정지 등 증상으로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단풍구경을 앞두고 가을 산행이 부쩍 늘어난 요즘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저체온증의 가장 좋은 예방법은 보온이다. 얇은 옷을 여러 겹 입고 마스크, 귀마개, 장갑 등으로 피부를 최대한 가려 보온 효과를 높이는 게 좋다. 영화 히말라야에서 원정대원들은 최대한 체온을 유지해 저체온증을 방지하려 노력한다. 심지어 홍길은 무택과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이면서도 “우모복 발 밑으로 덮고 자라”고 조언한다.

또 산행 후에는 따뜻한 물로 씻는 게 좋다. 따뜻한 목욕·반신욕·샤워 후에는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체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 미리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것도 좋은 저체온증 예방법이다. 물론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역에서는 한계가 있다.

위험을 감수해가며 산을 오르는 이유에 대해 영화는 이렇게 답을 내린다. 산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며, 그렇게 산을 오르다 보면 아무도 몰랐던 나의 가면을 벗을 수 있다고. 무척이나 도전적이면서도 순수한 목적이다. 올해 여름이 무더웠던 만큼 겨울에는 매서운 추위가 도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산행을 나서는 모든 이가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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