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이시훈 “반말 섞인 조선말, 반응 안 좋을까 마음 졸였죠”(인터뷰 ①)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배우 이시훈이 ‘미스터 션샤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놨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구한말 격동의 시대에서 활약하는 ‘아무개 의병’들의 뜨거운 조국애와 이들을 둘러싼 사랑과 갈등을 그려내며 안방극장에 뭉클하고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로 최고 시청률 20.0%를 기록하며 2018년을 빛낸 레전드 드라마로 남았다. 

 

이시훈은 극중 황은산(김갑수)의 일본인 제자 요시노 고로 출연했다. 그는 첫 등장부터 서툰 조선말로 소소한 웃음을 자아냈다. 공손하게 모은 두 손으로 스승님에게 “알겠냐?”라고 당당히 외치는 그의 모습은 이제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마지막까지 그의 활약은 빛났다. 일본인 신분으로 의병 활동을 펼치는 것은 물론 구동매(유연석)에게 고애신(김태리)을 부탁하면서도 “애기씨 잘 지켜라. 알겠냐?”라는 대사로 따뜻하고 유쾌한 퇴장을 알렸다. 

 

시청자들에게 ‘이시훈’이라는 이름은 아직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미스터 션샤인’의 ‘김갑수의 제자’라고 말하면 곧바로 이시훈의 얼굴을 떠올리게 됐다. ‘미스터 션샤인’ 속 이시훈은 그만큼 매력적이고 강렬한 신스틸러였다. 

 

-종영 소감은. 

 

“이른 퇴장에 아쉬움이 남는다. 인물의 전사가 더 나왔으면 했는데 마무리하지 않은 느낌이랄까. 뭔가 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시원섭섭한 마음보다 아쉬운 마음이 크다. 그래도 좋은 배우분들과 스태프들과 촬영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스태프분들은 삼일 밤을 못자고 촬영하면서도 배우들을 격려하고 웃어주셨다. 배우는 그 분들에 비하면 극한직업이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감사하게 촬영했다. 항상 좋은 현장을 경험하는 것 같아 행복했다.”

-캐스팅 과정을 설명해달라. 

 

“급하게 캐스팅됐다. 이미 촬영은 시작된 상황이어서 감독님은 현장에 계셨고, 역할이 공석이라는 소식을 듣고 영상을 만들어 보내게 됐다. 대사가 긴 역할이 아니다보니 재밌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영상을 만들 때부터 존댓말을 반말로 바꿔서 연기했다. 감독님께서 그 설정이 재밌었다고 하시더라. 이후 직접 오디션을 보고 ‘내일모레부터 나와’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합류하게 됐다.”

 

-유명 감독, 작가님의 작품이었다. 캐스팅이 확정 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

 

“정신이 없었다. 너무 좋은데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사전제작에 규모도 엄청나고 감독님과 작가님도 유명하신 분들이어서 조금만 실수해도 배우가 교체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래서 더 불안했던 것 같다. 실수없이 해야하는데 하는 걱정에 이틀동안 잠을 못이뤘다.”

 

-배우 김갑수와 함께한 장면이 많았는데.

 

“두 번째 촬영 까지는 불안감이 계속됐다. 김갑수 선생님과 붙는 신이 많다보니 더 어려웠다. 선배님도 아닌 선생님셨다. 그래서 어떻게 대하고 호흡해야 할지 더 감이 안왔다. 다행스럽게도 세 번째 촬영부터 선생님과 이야기도 나누게 되고 서서히 풀렸던 것 같다. 선생님은 연세에 비해 열려 있는 분이다. 지적하거나 조언하실 수도 있는데 재밌다고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응원해 주신 고마운 분이셨다.”

 

-첫 촬영은 어땠나.

 

“첫 촬영은 극중 황은산, 유진 초이, 고애신이 모두 나오는 장면이었다. 일단 너무 긴장해서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자꾸 마주치다 보니 실감이 나더라. 무엇보다 이병헌 선배님이 연기를 시작하면 화면에 빨려 들어간다. 보다보면 숨도 안쉬고 지켜보게 된다. 대사를 할 때도 그렇지만 특히 회상신이나 말 없이 눈으로 연기하는 장면은 더욱 그렇다. 배우에게 눈이 왜 중요한지 알겠더라. ‘저런 눈이 배우 눈이구나’ 생각했다. 또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드는 연기가 정말 신기했다.

 

-실제 일본어 실력이 궁금하다. 

 

“서른 살이 되던 해에 일본에 살면서 한일합작 공연을 했다. 공연을 하면서 회화가 많이 늘었다. 읽는 건 서툴지만 듣는 건 가능하다. 당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은사님 중 재일교포 분이 계셔서 그 분을 떠올리며 요시노 고의 캐릭터를 만들었다. 은사님이 존대와 반말을 섞어서 쓰셔서 그 모습이 캐릭터에 많이 반영됐다.”

-일본에서 의병들을 돕는 모습으로 마무리됐다. 예상했던 결말이었나.

 

“19화에 황 선생님(김갑수)가 떠나는 신이 있었고 20화부터는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누군가를 도와주거나 배신하거나 밀정같은 역할도 생각했었다. 다행히 도움을 주는 역할이어서(다행이었다). 처음엔 대본을 보고 ‘내가 뭘 잘못했나, 실수했나’ 생각도 했다. 갑자기 엄마를 찾아서..(웃음)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쉽기도 하면서 의아하기도 했다.”

 

-주변 반응은 어땠나.

 

“연극을 함께하던 분들은 다들 ‘좋겠다’고 하더라. 감독님과 작가님이 워낙 유명한 분들이시다보니 그렇게 이야기한 것 같다. 사실 가족들은 늘 하는게 연기니까 별 말이 없다. 친구들은 잘 모른다. 어떤 감독, 작가님과 일하는 건지 친한 사람들일수록 더 모르는 것 같다.(웃음)”

 

-기사나 댓글로 반응을 찾아보는 편인가.

 

“원래는 전혀 안 찾아보는 성격이었는데, 내 출연분이 방송된 3회를 보고 한번 찾아봤다. 그런데 ‘누구냐’는 댓글이 많았다. 극이 전개되면서 ‘재밌던데’하는 댓글이 하나 둘 생겨났다. 지금은 좋게 봤다는 반응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다. 사실 댓글을 찾아보는 내 모습을 나조차 처음봐서 ‘아, 나도 반응을 신경쓰는구나’ 스스로 놀랐었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호평이 많았는데.

 

“‘미스터 션샤인’에는 출연 배우도, 정말 훌륭한 선배들도 많이 나오셨다. 그 분들의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실수만 없어도 잘했다고 받아들여 주신듯 하다. 사실은 내가 맡은 역할이 뭔가 대단히 잘 할 수도 못 할수도 없는 역할이었다. 큰 실수없이 무사히, 폐 끼치지 않고 마무리했다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당연하게도 첫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금이 간 도자기를 팔 수 없다며 스승 황은산(김갑수)를 향해 ‘알겠냐’라고 하는 장면이었다. ‘알겠습니까’를 ‘알겠냐’로 바꾼 것이다. 이 장면 첫 리허설을 하면서 굉장히 많이 떨었다. 혹시 혼나지는 않을까, 반응이 안좋으면 어쩌나 마음 졸였다. 그런데 대사를 하고나니 현장에서 모두 웃어주더라. 그때 처음 계속 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미스터 션샤인’ 출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생각이 더 많아졌다. 지금보다 하나 더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무슨 역을 맡게 되더라도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분 좋은 부담감이 있다. 주위에서 ‘이제 사람들이 알아보겠네’라고 말하지만 아직 실감 나는 건 없고 머릿 속만 복잡해진 것 같다.(웃음)”

 

-‘미스터 션샤인’에서 욕심 나는 캐릭터는 없었나.

 

“욕심나는 역할이라기 보다 방송을 보면서 ‘장포수(최무성) 역할은 내가 절대 할 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포수가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뭉클하면서도 내가 저 역할을 맡았다면 과연 울컥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너무 멋있었던 것 같다.”

 

-‘미스터 션샤인’은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까.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배우로서 조금 두드러지게 연기할 수 있는 첫 번째 발판이 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만들어 주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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