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벤투 감독님, 보셨죠?… 흥나는 축구 이렇게 중요합니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6·토트넘)은 파울로 벤투(49·포르투갈)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호흡을 맞춰 첫 경기를 치른 뒤 “재미있다”고 표현했다. 손흥민만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팬도 흥이 났다. 흥이 넘치는 축구가 이렇게 중요하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치른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이겼다. 전후반 각각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남태희(알두하이)가 잇달아 득점포를 가동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열광적이었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이 화끈한 플레이를 선보일 때마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다. 이재성의 득점포가 터졌을 때 모두 얼싸안았다. 후반 이승우가 교체 투입하면서 목소리는 더 커졌고, 남태희의 ‘카타르 메시’ 골이 터졌을 때 열광에 빠졌다. 경기 종료 직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휴대폰을 꺼내 불빛 축포를 쏘아 올리며 장관을 이뤘다.

 

끝이 아니었다. 대한축구협회는 8일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한 대표팀 훈련을 오픈했다. 오픈 트레이닝으로 진행한 이날 행사에는 무려 1100여명이 찾았다. 지난 2014년 9월 처음으로 오픈 트레이닝 행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였다.

 

파주 NFC가 팬에게 개방하는 훈련 장소가 아니라 1000명이 넘는 인원을 수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에 협회 측은 500명으로 제한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팬이 많아지면서 하루 전인 7일 저녁부터 NFC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멀리 제주도부터 부산에서 버스를 대절해 올라온 팬도 있다. 이에 협회는 장소를 나눠 본 훈련장 700여명, 훈련을 직접 지켜볼 순 없지만 선수들과 잠시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옆 구장에 400여명을 입장할 수 있게 했다.

 

사실 최근 한국 축구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실수 하나에 역적으로 몰렸다. 선수단을 향해 엿이나 달걀을 던지는 일은 놀랍지도 않다. 이처럼 논란과 비난, 조롱의 대상이었던 한국 축구가 어떻게 부흥의 신호탄을 쐈을까.

 

본질적으로 다가가자면 역시 재미있는 축구에 있다. 앞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 축구대표팀은 화끈한 공격축구로 정상에 올랐다. 말레이시아에 충격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축구를 펼쳐지면서 황희조(감바 오사카)-손흥민-이승우-황희찬(잘츠부르크)-황인범(아산 경찰청)으로 이어지는 화려한 공격진이 속이 뻥 뚫리는 득점포로 팬들을 환호하게 했다.

이는 첫선을 보인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한국 사령탑 데뷔전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승리가 아닌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하자고 목표를 세웠다. 손흥민은 “사실 힘들다. 많이 뛰어야 한다. 하지만 재미있다”며 “팬들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벤투 감독의 축구를 잘하려면 우리가 더 원팀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성인(A) 대표팀의 반전을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90분 동안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 많은 움직임을 요구했고, 선수들도 이를 잘 이해하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소집 첫 날부터 빌드업 훈련을 진행한 것도 많은 움직임 속에 빠르고 묵직한 카운트 어택을 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판단은 적중했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벤투 감독이 한국 축구의 약점으로 빌드업을 꼽았고,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것도 빌드업이라고 말했다"며 "골키퍼-중원-공격에 기술적으로 뛰어난 선수가 포진해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래서 첫 훈련부터 빌드업 프로그램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는 조현우, 기성용, 손흥민 등 각각 포지션에 발기술이 좋은 선수가 있기에 빌드업만 나아진다면 탄탄한 수비에 강한 역습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첫 선을 보인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그 가능성을 선보였다. 조현우가 빠졌지만, 기성용이 중원에서 묵직한 중심을 잡아줬다. 손흥민과 남태희, 이재성으로 이어지는 공격 2선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공격진이었다. 팬들이 열광하지 않을 수 없는 경기였다.

한국 축구는 1998년 월드컵 직후 안정환-이동국-고종수로 이어지는 트로이카를 앞세워 K리그의 부흥기를 맞았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수많은 소녀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2002 한일월드컵 직후에도 그랬다. 그러나 별똥별처럼 순간적으로 화려한 빛을 낸 후 그래도 사라졌다.

 

반짝이는 축구에 취해 축구의 본질을 잊었기 때문이다. 이기려는 축구를 하려다보니 수비 중심의 축구, 꾸역꾸역 1골 넣고 1-0으로 승리하는 축구로는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 90분 내내 지루함 없이 역동적으로 압박하고, 다이나믹한 역습 축구가 필요하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는 수비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수비만 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 한국 축구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 손흥민 황희찬 남태희 이승우를 중심으로 빠르고 강한 카운트 어택이 재미있어야 한다.

 

이는 K리그도 마찬가지다. 팬들의 ‘니즈’는 무시한 채 그저 우승컵을 향해 경주마처럼 달려가는 축구로는 지금의 열기를 함께 품을 수 없다. 2골을 실점하더라도 3득점을 하겠다는 최소한의 의지는 보여줘야 지금보다는 더 재미있는 축구가 되지 않을까.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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