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의 뭐니볼] ‘신인 최고액의 저주’를 아시나요?

[스포츠월드=정세영 기자] ‘신인 최고액의 저주를 아시나요?’

 

KBO리그 역사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역대 신인 최고액을 받은 ‘슈퍼 기대주가 모두 화려한 꽃길을 걷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역대 신인 최고액은 삼성 한기주가 2006년 KIA 입단 당시 받은 10억원. 이어 1997년 LG 임선동, 2002년 KIA 김진우, 2011년 한화 유창식이 나란히 7억원을 받아 공동 2위다. 또, 2005년 두산 김명제와 2013년에 NC 윤형배, 올해 넥센 안우진이 나란히 6억원을 받았다. 2006년 한화 유원상과 2009년 두산 성영훈은 각각 5억5000만원에 계약했고, 2002년 현대에 입단한 조용준의 5억4000만원이 역대 10위의 기록이다.

 

톱10 안에 오른 이들 대부분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와도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이 더 올랐다. 아울러 몸값에는 고교 시절 보여준 가능성을 프로에 와서도 펼쳐 달라는 의미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많은 계약금이 성공을 보장하지 않았다. 역대 계약금 1위에 오른 한기주는 데뷔 첫해인 2006년 선발로 주로 나서며 10승(11패·평균자책점 3.26)으로 활약했지만 당시 류현진(LA 다저스)이 신인왕과 MVP를 싹쓸이했다. 이후에는 2009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13년에도 어깨 회전근 파열로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2015년 긴 재활을 마치고 1군으로 돌아왔지만 별 볼일 없는 투수로 전락했고 지난해 11월 트레이드로 KIA를 떠나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한기주는 올해 33경기에서 1승4패 3홀드 평균자책점 6.69로 부진했고, 7월 중순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7억원으로 역대 신인 최고 계약은 공동 2위에 올라 있는 임선동(은퇴)은 데뷔 첫해 LG에서 22경기 11승7패, 평균자책점 3.52로 활약했지만, 팀 동료 이병규에게 신인왕을 내줬다. 김진우도 초반 반짝 활약 후 하락세를 겪었다. 첫해 2002년과 2003년 33승(16패)를 따냈지만, 이후 잦은 부상으로 긴 부침을 겪었다. 최근에는 1군 무대에 설 경쟁력도 잃었다.

 

두산 마운드를 이끌 유망주로 꼽힌 성영훈 역시 부상 악령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0년 말 팔꿈치 수술대에 오른 이후 2015년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지난 9년간 1군 무대 단 25경기 출전이 전부.

 

신인 역대 최고액 악령은 계속된다. 2013년 입단 신인 중 최고액인 6억원을 받고 NC에 입단한 윤호솔(24·현 한화)은 2014년 1군 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3.50을 거둔 게 전부다. 두 차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올해 트레이드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지만, 1·2군 등판이 없다. 또, 지난 11일에는 개인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타인에게 빌려준 혐의로 KBO로부터 참가활동 정지를 받았다.

올해 신인 중 최고액을 받은 안우진은 학교폭력 구설에 오르며 5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한 5월 25일 1군 무대에 데뷔전을 치렀다. 그러나 멘탈이 흔들린 1군 13경기에서 8.46의 초라한 성적표만 남기고 2군에서 선발 수업을 받고 있다.

 

최고액을 받은 선수들은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다. 그리고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세간에 더 유명하다. 실제 역대 최고액 10위에 오른 선수 중 신인왕에 오른 이는 2002년 조용준이 유일하다. 무려 16년 전의 일이다.

 

대박 계약금의 ‘저주’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몸값’하는 특급신인은 언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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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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