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인터뷰] 배우 이정재 “새롭게 보여줄 수 있다면 조연, 주연 상관없다”

[스포츠월드=배진환 기자]

 

배우생활 26년차인 이정재(46)가 ‘특별출연’의 새 장을 열었다. 영화 ‘신과함께-죄와벌’에 이어 2편인 ‘신과함께-인과연’에서도 염라 역할로 선굵은 역을 소화했다. 하지만 분량이나 중요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배역. 그래도 이정재는 영화 시사회 무대인사부터 개봉을 앞두고 홍보를 위한 인터뷰까지 꼼꼼히 얼굴을 내밀어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새롭게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면 주연과 조연이 무슨 상관이냐”는 그의 말에 답은 들어있었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환생이 약속된 마지막 49번째 재판을 앞둔 저승 삼차사가 그들의 천 년 전 과거를 기억하는 성주신을 만나 이승과 저승, 과거를 넘나들며 잃어버린 비밀의 연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영화는 어떻게 봤나.

 

“1편과 2편을 같이 찍었는데, 2편은 1편과 색깔이 많이 다르다. 1편에 비해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카메라 감독의 욕심이 컸다. 천 년 전 과거씬을 찍을 때는 카메라 렌즈도 달랐다고 한다. 그런 부분까지 계산해서 그런지 확연히 달랐다. 사운드 디자인도 너무 좋더라. 노력을 기울인 차이가 영화에서 느껴지더라.”

 

-우정출연한 것 맞나.

 

“명백한 조연 역할이다. 나를 ‘조연’이라고 쓰기 싫다는 김용화 감독의 배려로 특별출연, 우정출연 이런 수식어를 썼다. 사실 외국영화에서는 훌륭한 배우들이 주조연을 따지지 않고 좋은 프로젝트에 모인다. 나도 영화 ‘도둑들’을 하면서 조연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롤의 크기나 중요도를 따지지 않고 영화적 재미만 놓고 모였던 게 ‘도둑들’이다. 그 이후에는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새롭게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즐기며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김용화 감독과의 관계가 제일 큰 영향을 미쳤다. 다른 영화였다면 좀 더 고민했을 거다. 김 감독이 ‘1부와 2부를 동시에 찍어서 나눠 개봉하겠다’고 했다. 리스크가 클 가능성이 높은 작업인데,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었다. 사실 예전부터 김 감독이 카메오 출연을 제안했는데 내가 몇 번 거절한 적이 있다. ‘신과함께’에서는 처음에 소방관 동료 역할이었는데, 제가 하겠다고 하니까 염라 역할로 다시 얘기하더라.”

-염라 캐릭터가 독특한데.

 

“염라 역할을 하면서 연기에 재미를 느꼈다. 실제 연기하면서도 ‘내가 이런 역할까지 하는구나’ 생각했다. 염라는 기존에 없는 캐릭터다. 왕이나 이런 캐릭터는 언제든지 기회가 되면 할 수 있지만 염라는 기다린다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그런 기회가 주어져서 연기하면서 재미있었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답이 없어서 고민도 많았지만 그게 재밌었던 것 같다.”

 

-특별출연인데도 ‘신과함께2’ 홍보에 자주 보인다.

 

“인터뷰가 3일이나 잡혀 있더라. 내가 3일씩 인터뷰 할게 뭐 있나 생각이 든다. 물론 영화 이야기는 많이 할 수 있는데 캐릭터가 스포성이 있고, 다른 분들에 비해서 현저히 출연 분량이 적다. 심지어 하정우도 오후에 인터뷰를 하는데, 내가 제일 먼저 나와서 오전부터 인터뷰를 한다. 1편에서는 비중을 많이 차지하지 않지만 2편을 보면서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출연에도 뭔가 자부심이 있었을 것 같다.

 

“자부심보다 ‘늙었구나’ 싶은 마음이 들더라. 후배들이 내게 바라고, 기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나이가 들어서 선배 역할을 할 때가 됐다’라는 걸 느낀다. ‘당신은 영화 선배니까, 이런 역할도 해야 한다’ 하는 무언의 분위기가 느껴져서 이젠 거절을 잘 못 한다. 예전에 영화인들 사이에서 스크린 쿼터 반대 시위를 했던 것처럼 영화계 선배님들은 한국 영화의 어떤 발전과 존립을 위해서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하셨다. 그런 모습을 후배 입장에서 바라보며 일을 해 왔던 지금의 나는 무언가가 좀 쌓여있는 것 같다.”

-김용화 감독과 울었다고 하던데.

 

“1편 ‘죄와 벌’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 전에 김용화 감독과 하정우와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김 감독이 ‘내 머리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고 하더라. 초조해하고 긴장하는 모습이 느껴졌다. 너무 짠하더라. ‘오 브라더스’부터 시작해서 ‘국가대표’ ‘미스터 고’까지 줄줄이 이야기하는데 김 감독도 나도 서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아니까 무언가가 가슴에 확 오더라. 그러다 눈이 마주쳤는데 둘 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 와중에 하정우는 웃기다고 사진을 찍더라.”

 

-정우성과 함께 만든 아티스트 컴퍼니 사장도 맡고 있는데.

 

“배우의 마음은 배우가 잘 알 수밖에 없다. 무엇이 필요하고 그런지 잘 알기 때문에 배우 주축으로 회사 운영하면 좀 더 효과적인 회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그런 취지가 외부적인 여러 요인에 의해 퇴색되지 않고 계속 꾸준히 만들었던 순수한 취지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후배들이 뭘 해달라고 하면 거절을 잘 못한다.”

-이정재에게 배우라는 직업은 어떤 의미인가.

 

“연기를 잘 한다기보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도 끝이 없다. 나는 도대체 언제쯤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현장에서 재미를 잘 느끼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계속 가지고 싶다. 내가 꾸준히 잘 할 수 있게 동료 영화인들이 잘 찾아주시고, 내가 한 연기를 긍정적으로 봐주시니까 여러모로 감사하다.”

 

jbae@sportsworldi.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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