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현의 톡톡톡] 어느 가족

요즘 여름 대작들로 가득차 있는 가운데 살짝 화제가 되고 있는 ‘어느 가족’이란 영화를 만났습니다. 지난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영화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들에게 소매치기를 가르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나와 특이하긴 합니다만 그 ‘어느 가족’은 한 집에 할머니까지 모시고 3대가 함께 사는 훈훈한 대가족입니다. 풍요롭게 살진 못하지만 추위에 혼자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데려다가 먹이는 인간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족, 알고 보면 불륜으로 만난 남녀(부부)와 서로에 대한 필요성으로 만난 어머니, 거기에다가 훔쳐온 아이들까지, 실제로 피를 나눈 가족은 한명도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들은 행복을 나누고, 그들의 방법으로 마음을 나누며 사랑합니다. 법으로는 허락되지 않지만 마음만으로는 진짜 가족인 그들. 그럼 진짜 가족은 무엇일까요.

사전을 펼쳐보았습니다. 표준 국어대사전엔 이렇게 나와 있더군요. 가족-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 한자로 풀어보니 家(가)는 건물의 개념이고 族(족)은 나부끼는 깃발과 화살로 전쟁을 표한다 하니 ‘전쟁에서의 한편’이 겨레임을 뜻하나봅니다. 그러니까 한자 家族은 ‘한집에 사는 한편’ 정도로 해석하면 될까요. Family(가족)의 어원도 검색하다보니 진짜 어원은 아니지만 ‘Father And Mother I Love You’ 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가족은 이렇게 사랑해야한다는 책임과 의무감을 담아 누군가 만든 말은 아닐는지요.

 

예전에 영화 속 가족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언제나 서로를 위하고 문제가 생기면 늘 가족 안에서 해결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밀리언달러베이비’ 속 모든 트러블의 원인인 나쁜 가족이 신선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로 사랑하고 힘이 되는 가족도 있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짐이 되고, 나쁜 무기가 되는 경우도 현실 속에 분명히 존재하니 말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결혼 안한 친구들끼리 할머니가 되면 함께 모여서 살자고 약속을 하기도 합니다. 과연 언제까지 가족이란 것이 혼인한 부부를 중심으로, 피를 나눈 친족만을 말하게 될까요. 서구 쪽에서는 동거인도 혼인한 배우자와 동일한 처우를 받는 경우도 있던데요. 아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정작 가족의 기본인 부부도 ‘피’를 나누지는 않았잖아요. 사랑을 나누었지.

 

배우 겸 방송인 류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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