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MBC는 왜 '아육대'에 집착하나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MBC가 올 추석에도 ‘아육대(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를 강행한다.

 

MBC는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추석특집 2018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이하 ‘추석특집 2018 아육대’) 개최를 확정하고 오는 20일, 27일 양일간 녹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석특집 2018 아육대’에는 워너원, 트와이스, 세븐틴, 레드벨벳 등 국내 최정상 아이돌들이 대거 출동할 예정이다. 진행은 아나운서 전현무와 슈퍼주니어 이특 그리고 트와이스 나연이 맡는다. 

 

MBC 측은 세간의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참가자들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MBC 측은 “총 다섯 종목이 진행되는 가운데 부상 위험이 많은 종목은 제외하고 보다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족구를 신설했다. 20일에는 경기도 고양 실내체육관에서는 60m·400m 육상, 양궁, 리듬체조 그리고 족구 경기가 진행되며, 27일에는 볼링만 단독으로 진행된다”며 “응급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팀 인력을 항시 대기시키는 것은 물론 경기에 참여하는 아이돌들과 현장을 찾은 팬들이 모두 안전히 귀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9월 첫 방송된 ‘아육대’는 매년 명절에 방송되는 MBC의 대표 특집 프로그램이다. 아이돌 스타들이 스포츠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체육스타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며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마치 신인 아이돌의 등용문처럼 여겨질 만큼 ‘아육대’의 상징성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로 인한 폐해도 상당했다. 제작진은 안전관리와 사건·사고방지에 최선을 다한다고 했지만 매년 부상당하는 아이돌이 속출했고, 일부 스타들은 의도치 않은 논란과 구설에 휘말리는 등 아이돌 잡는 ‘아육대’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MBC 측은 아이돌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지만 납득할만한 수준의 조치는 취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청자와 팬들은 ‘아육대 폐지’를 끊임없이 외쳤지만, MBC는 눈과 귀를 닫은 채 매년 ‘아육대’를 강행하고 있다.

 

시청률 효자라는 이유로 같은 포맷의 프로그램을 수년째 재탕하는 것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타 방송사의 경우 명절 연휴에 다양한 콘셉트의 파일럿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예능 트렌드를 선도하는 반면, MBC는 수년간 아이돌 멤버와 종목만 바꿔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자가복제하고 있다. 트렌드를 주도하고 앞서가야 할 MBC가 제자리걸음도 아닌 퇴보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진정 아이돌과 시청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뻔한 ‘아육대’보다 아이돌의 재능과 예능감을 다각도로 조명해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게 우선 아닐까. MBC의 책임감 있는 행보가 절실한 순간이다.

 

giback@sportsworldi.com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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