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장외 싸움'에 中 가세…복잡해지는 종전선언

북·미 간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종전선언에 중국이 포함돼야 한다는 공개 입장을 밝히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부임 후 처음으로 2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평화협정 체결 이전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종전선언을 하려면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상당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북한의 상당한 비핵화 움직임을 내걸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이) 가능성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종전선언에 필요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고 단정지었다. 북한의 비핵화 후속조치를 바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시각을 군인 출신답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강경화 외교장관, 해리스 주한美대사
그는 종전선언을 위해 필요한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로는 “핵시설 명단을 제출하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미 정부의 희망사항을 피력하기도 했다.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 움직임 등 지금까지 보인 비핵화 관련 움직임에 대해서는 “기자나 전문가가 현장에 가 보았나”라며 반문한 뒤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리스 대사는 “종전선언은 한·미가 함께 가야 한다. 일방적인 선언이 되어선 안 되고 빨리 가서도 안 된다”고도 했다. 우리 정부에다 우회적으로 종전선언의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됐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미국의 대북 압박에 중국도 맞받아쳤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싱가포르 방문 중 가진 기자회견에서 연내 종전선언 및 중국 참여 문제에 대한 질문에 “미국을 포함해, 오늘날 어느 나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전쟁을 끝내는 이슈는 우리 시대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고, 남북한을 포함해 모든 국가 국민들이 열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사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은 법적인 절차가 필요하고 모든 관련 당사자들이 모여 앉아 진지하게 토론하고 문서에 서명함으로써 확인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종전선언에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다른 것이지만, 전쟁을 끝내는 제스처를 만드는 데 (중국의 참여가) 긍정적”이라는 말도 했다. 중국 외교부장이 중국을 포함한 4자 종전선언 의사를 표시한 것은 처음이다.

악수하는 韓·러 외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2일 오후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양자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싱가포르=뉴시스
북한은 미국의 대북제재가 북·미관계 개선의 장애물이라면서 남한에 독자적인 행보를 거듭 요구하고 나섰다.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판문점선언 이행의 주인은 우리 민족’이라는 제목의 개인 필명 논설에서 “외세의 눈치를 보며 구태의연한 제재압박 놀음에 매달린다면 북남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북·미 간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ARF 등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변 강대국을 상대로 중재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강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 엑스포 컨벤션센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 등 한반도 주변 3국 외교장관과 릴레이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와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은 하루 늦춰졌다.

김민서 기자, 싱가포르=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세계일보>

<ⓒ스포츠월드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추천뉴스

스포츠월드 AD 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