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폭염보다 무서운 누진세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더위를 식힐 겸 에어컨이나 쐴 생각으로 마트를 찾았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찌 이렇게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마트에 입장하기 전 길게 늘어선 주차대열에서만 수십 분의 시간을 보내고 겨우 주차를 마치고 들어가서도 마트 안에서 인산인해를 이루며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혀 가면서 “아 내가 여기 왜 왔을까”라는 생각만 계속 되풀이한 채 빠른 쇼핑을 마치고 귀가했다.

 

그러고 보면 요즘같이 버티기도 힘든 더위가 찾아온 건 처음인 것 같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역사상 제일 더웠다는 1994년 여름을 보낸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더위에서도 선뜻 에어컨에 손이 가지 않는다. 우리 부부도 맞벌이하면서 어느 정도 경제 활동을 하지만 전기세 걱정에 자신 있고 당당하게 에어컨은 켜지 못한다. 마치 와이프와 서로 눈치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왜 이런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선뜻 에어컨을 켤 수 있는 전기세가 아니다. 더군다나 얼마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불안감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에어컨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날이 보름 이상 이어지고 있으면서 역대급으로 나올 7월 전기요금 걱정에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이 때문에 요즘 포털사이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에는 '한전 전기요금 조회' '전기요금 계산기' 등이 상위권에 등장하며 관심사를 반영했다.

 

계속되는 폭염으로 에어컨 가동이 늘면서 전기 요금이 부담돼 누진제의 조정을 원하고 있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재난 수준의 폭염 시기를 맞아 누진세 완화 및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 1주일간 청원 수가 100건이 훌쩍 넘었다.

 

특히 ‘누진제를 7~8월, 여름철만이라도 한시적으로 폐지하거나 완화해 달라'는 청원이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여론에도 대답은 깜깜무소식이다. 청원게시판을 만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정도다. 미세먼지에 쓰는 100억짜리 포퓰리즘 정책보다는 국민들에게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만약 올해도 한전의 상여금잔치 기사를 본다면 한전은 그날부터 국민들의 악플 잔치도 보게 될 것이다.

 

황현희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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