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김민재의 ‘장현수 태클’과 김학범호 ‘운명’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김민재(22·전북)가 부상을 털고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20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터라 부상 복귀가 어느 때보다 반갑다. 다만 경기 감각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도 동시에 품었다.

한국 최고의 수비수로 떠오른 ‘신성’ 김민재는 지난 18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18라운드에 선발 출전했다.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김민재는 지난 5월2일 대구전에서 오른쪽 비골 실금 부상을 당한 이후 77일 만에 K리그1 무대에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민재의 복귀는 소속팀 전북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에도 희소식이다. 수비수로서 강한 몸 싸움과 볼 위치 선정, 패스 길목 차단, 그리고 전방으로 향하는 정확한 패스 등 많은 장점을 품고 있는 김민재는 애초 2018 러시아월드컵 주전 중앙수비수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불의의 부상으로 생애 첫 월드컵의 꿈은 산산조각났다. 월드컵 대표팀 역시 김민재의 부재로 수비진 운용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김민재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복귀를 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고, 이날 약 2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으며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이와 함께 김민재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아시안게임 출전의 기회도 잡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김민재가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면 몸값은 청전부지로 치솟는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김민재가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도록 최대한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겠다”고 지원 사격에 나섰다.

약 2개월 만에 공식 K리그1 경기에 모습을 드러낸 김민재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하며 여전히 경쟁력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 패스를 적절하게 차단했고, 공격수 대인방어에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전반 9분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향하는 정확한 롱패스는 김민재가 왜 22세에 한국 최고 수비수로 떠올랐는지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경기를 운용하는 능력과 수비진에서 상대 패스를 차단하는 플레이는 여전히 날카로웠다"고 평가했다.

다만 딱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부상 관리 차원에서 전반 45분만 소화한 김민재는 전반 40분 일명 ‘장현수 태클’로 실점 위기에 자처한 것이다. 제주는 수비진영에서 전북 아드리아노의 패스를 차단해 그대로 역습에 나섰고, 진성욱이 드리블 돌파로 문전까지 쇄도했다. 이때 김민재가 진성욱을 차단하기 위해 길목을 막았고, 이어 과감하게 태클을 시도했다. 하지만 진성욱은 가벼운 페이팅 동작으로 김민재를 완전히 벗겨냈다. 김민재의 태클은 진성욱을 완전히 빗나갔고, 진성욱은 자유로운 상태에서 슈팅을 시도했다. 골키퍼 송범근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실점하는 장면이었다.

이는 2018 러시아월드컵 당시 멕시코전에서 장현수의 태클 장면과 흡사하다. 2번째 실점 장면에서 멕시코는 속공에 나섰고, 이때 공을 잡은 치차리토를 향해 장현수가 태클을 시도했으나, 페이팅 동작에서 완전히 속아 길목을 내줬다. 당시 박지성 SBS해설위원은 “장현수의 태클은 분명히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를 개개인의 잘못으로 봐서는 안된다"며 "이 모습이 한국 축구의 현실이고, 현 주소"라고 꼬집었다. 김민재 역시 한국 최고의 수비수라는 점에서 이견이 없지만, 박지성 위원의 멘트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부상 복귀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경기력이 완벽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1개월도 채 남지 않았고, 김민재가 아시안게임 전까지 공식적으로 경기에 출전해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경기는 최대 3경기(소속팀 2경기+대표팀 평가전 1경기) 뿐이다. 대표팀 수비진 중심을 잡아줘야할 김민재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와일드카드로 수비수를 선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민재의 어깨는 더 무겁다. 남은 3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 집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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