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관세, 中 ↓·美 ↑… 업계 고심

중국은 내려서, 미국은 올려서 문제다. 수입차 관세 얘기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수입차 관세가 춤을 추면서 국내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당장 중국이 이달 수입차 관세를 크게 낮추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현대·기아차 판매실적이 주춤했다. 미국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25% 수입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차값이 1000만원 이상 오를 전망이어서 현지 시장 냉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중국 시장 판매실적(소매)은 각각 5만113대, 2만4002대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경우 전년 동기(5만11대) 대비 0.2% 상승에 그쳤다. 기아차는 전년 동기(2만6001대) 대비 7.7% 하락했다. 단오절 연휴로 지난달 영업일이 전년 대비 2일 짧은 걸 고려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엔시노’(중국형 코나)를 출시했음에도 신차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간 사드 사태로 중국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하던 현대·기아차는 올해 들어 전년 대비 높은 상승률을 그려오고 있었다.

이처럼 지난달 판매실적이 신통치 못한 건 이달 1일부터 중국이 수입차 관세 인하 조치를 시행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기존 20∼25% 수준이던 수입차 관세를 15%로 낮췄다. 관세 인하로 수입차 가격 인하가 예상되면서 지난달 중국 차 시장 수요가 움츠러든 것이다. 실제 지난달 중국 전체 차 판매량은 168만7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 줄었다. 업계는 이번 관세 인하로 중국 수입차 평균 가격이 8%가량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선 앞으로가 더 문제다. 관세 인하 조치로 독일, 일본 등의 완성차 업체가 가격 인하 효과를 누려 판매량에 득을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현지에 합자법인을 설립하는 형태로 중국에 진출한 상태라 관세 인하에 따른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전망은 더 어둡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추진 중인 수입차 관세 25% 인상 조치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 차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포브스는 25% 관세 실현 시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톱 20’ 차량 가격이 최대 9300달러(약 1042만원)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는 자동차 업체가 관세 인상분의 충격을 전혀 흡수하지 않고 그대로 가격에 반영할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다.

소형 SUV인 도요타 ‘라브4’의 경우 6426∼9361달러 범위의 가격 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 차는 미국에서 공급된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하지만 일본과 캐나다에서 조립되기 때문에 관세를 100% 물게 된다고 봤다.

우리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대표로 하는 민관 사절단을 통해 현지에 우호적 여론 형성에 나선다고 이날 밝혔다. 오는 19∼20일 미국 상무부의 232조 자동차 조사 공청회를 계기로 범정부적·민관합동 사절단을 파견, 대미 아웃리치(접촉)를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사절단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 미국의 자동차 관련 요구가 이미 반영됐으며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를 통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어 한국에 대한 추가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강조할 계획이다.

김승환·정지혜 기자 hwan@segye.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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