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손흥민의 ‘최대 약점?’… 당신은 아닐까요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손흥민(26·토트넘)의 최대 약점은 무엇일까. 볼 트래핑? 기복? 수비력? 축구팬 사이에서 정답은 따로 있다. 바로 ‘국적’이다.

손흥민은 2018 러시아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에서 봉변을 당했다. 지난달 29일 인천공항 귀국 기자회견에서 소감을 전달하는 도중 몰지각한 일부 팬이 내던진 달걀 세례를 눈으로 지켜봐야 했다. 순간 현장은 살얼음판으로 변했고, 손흥민 역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달걀을 내던진 팬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천천히 생각해보자. 한 팬의 단순한 일탈 행위일까. 이보다 앞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댓글 창은 터져버린 달걀보다 더 비린내가 나는 비난이 폭주했다. 선수의 부진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 개인의 인격을 짓밟았고, 그의 가족과 지인까지 무차별 비난했다. 밖에서는 ‘찍’소리도 못 하는 사람들이 컴퓨터 속에서는 천하제일 장군으로 변신한다. ‘방구석 여포’(밖에선 조용하지만, 집 안에서만큼은 삼국지 여포처럼 기세등등해지는 사람. 악플러을 뜻하는 신조어)들이 월드컵 기간 내 활개를 쳤다.

한국 축구 팬들은 손흥민의 최대 약점을 국적으로 꼽았다. 국제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대한축구협회의 무능함과 전성기의 나이에 군대에 가야 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단 한마디의 불평도 하지 않고, 현실을 받아들이며,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걷고 있다. 손흥민은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도 “나라를 대표해서 이곳에 섰다. 성적을 떠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소리치며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독일전이 끝난 후 “한국 축구는 절대 약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가 똘똘 뭉쳤다”고 동료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손흥민은 정말로 힘들게 한 것은 바로 일부 축구팬의 무차별한 비난이었다. 이는 자신에게 향한 비난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손흥민은 월드컵 기간 내 장현수, 김민우 등 비난의 중심에 섰던 동료를 챙겼다. 이들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힘겨워했다.

분명 한국 축구는 변화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스스로 변혁의 중심에 서야 한다. 협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애꿎은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서 비난의 중심에 서야 한다. 하지만 선수 개개인을 향한 비난은 이와 별개의 문제이다. 협회를 향한 건강한 비판과 조언 제시는 서로 발전을 이끌 수 있다. 하지만 선수를 향한 무차별 비난은 상처만 남는다. 단순히 개인에 내재한 폭력적 성향을 익명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거침없이 내뱉는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손흥민은 자신이 처한 환경을 스스로 극복하며 이겨가고 있다. 국적이 약점이라는 말 속에 진짜 뼈는 바로 무차별하게 선수를 비난하는, 국민의 범주에 숨어있는 일부 몰지각한 팬은 아닐까. 혼신의 힘을 다해 독일을 꺾는 자신들에게 달걀을 던지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팬들이 진짜 손흥민의 ‘약점’은 아닐까.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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