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악당 출현’ 손흥민, 부담감 넘어서고 있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부담감을 이겨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손흥민(26·토트넘)이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부담감을 조금씩 초월하기 시작했다. 능력에서도 한국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손흥민에게 더 많은 기대가 쏠리는 이유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출정식에 참석해 출사표를 던졌다. 이날 행사에는 축구협회 추산 약 3000명의 팬이 모였다. 손흥민을 필두로 기성용(스완지시티)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등도 참여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손흥민은 당연히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설’ 차범근 전 감독은 “손흥민이 내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고 있다”고 껄껄 웃으면서 “이번 월드컵에서 기대감이 크다”고 손흥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월드컵 본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스웨덴, 멕시코, 독일 언론 역시 “손흥민을 견제해야 한다”고 일제히 보도하며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로 꼽혔다.

당연히 손흥민에겐 부담감이다. 기대를 한몸에 받는 만큼 손흥민이 짊어지어야 할 책임감도 크다. 스스로 월드컵이 어떤 무대인지도 느꼈다. 손흥민은 “브라질월드컵은 어린 나이에 자신감만으로 도전했다. 하지만 월드컵 무대는 자신감으로 도전할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라며 “그래서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솔직히 망신당할 수 있다. 걱정이 많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대로 물러날 손흥민은 아니다. 손흥민은 ‘발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줄곧 열애설이 터졌을 때도 “나에겐 발전이 가장 중요하다. 연애보다는 축구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손흥민은 발만 빠른 선수에서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로 성장했다. 오른발은 물론 왼발을 잘 쓰는 선수가 됐고, 자신의 약점인 연계 플레이도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냥 이뤄진 것은 아니다. 스스로 노력을 했기에 가능했다. 지난 시즌보다 득점은 줄었지만, 승부는 결정짓는 결정적인 골이 늘었고 도움 숫자도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손흥민은 그 부담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기에 이를 조금씩 초월하고 있다. 손흥민은 “잠을 잘 때도 월드컵 꿈만 꾼다"며 "에이스라는 말은 부담보다는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부담을 견디어 내야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이다.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차분히 설명했다.

손흥민은 최근 “분명 나에 대한 견제가 심할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나에게 쏠리면, 나는 동료를 활용하면 된다”며 “나는 그것을 즐긴다”고 설명했다. 부담감을 피하기보다는 오히려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손흥민은 “이제 난 팀의 막내가 아니고 내가 도와줘야 할 어린 선수들도 많다. (기)성용이 형과 함께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라며 자신의 발전과 더불어 동료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명작으로 꼽히는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명장면 중 하나는 바로 악당 출현이다. 슬램덩크의 명대사 가운데 ‘관중의 90%는 산왕팬이다. 모두 느꼈지? 그렇담 우리들이 악당이 되는 셈인가? 재미있군. 악당출현’이 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앞선 산왕과 맞붙는 북산의 멤버들이 부담감을 초월하고 코트의 악당이 돼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한국 축구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스웨덴, 독일전 입장권이 대부분 판매됐다는 소식과 함께 구매자가 스웨덴 독일 응원단이라고 설명했다. 관중 대부분 스웨덴 독일 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악당이 돼야 한다. ‘붉은 악마’라는 수식어답게 강한 상대와 맞서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손흥민이 있다. ‘악당 출현’을 이끌 손흥민은 이미 부담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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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손흥민이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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