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이창동과 고레에다 감독의 차이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드디어 19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그리고 기대를 모았던 한국의 경쟁부문 진출작,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 본상 무관으로 돌아오게 됐다. 본상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일본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버닝'은 역대 칸영화제에 출품된 한국영화들 중 비평계 차원에선 가장 주목받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공식 지정 영화지 스크린데일리는 ‘버닝'에 역대 최고 점수인 4만 만점에 3.9점을 선사하기도 했다. 사상 가장 황금종려상에 근접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아무도 ‘버닝'이 빈 손으로 돌아가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그럼에도 돌아온 무관의 굴욕 원인은 이미 국내 여러 매체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대부분 배우들 중심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과 영화비평계와의 의견 차이, 그리고 비평계와 똑같은 결과를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심사위원단 특성 탓을 들고 있다. 물론 틀린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매체에서 거론되지 않고 있는 다른 원인들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먼저 ‘버닝'의 평론계 만장일치 보도는 ‘절반'만 맞았다. 정확히는 영미권 비평계로부터만 찬사를 받았다. 영미권 비평가들이 포함된 스크린데일리에선 평점 1위를 기록했지만, 영화제 주최국 프랑스 측 평론계 반응은 미미했다. 프랑스 매체 중심 르 필름 프랑세즈에서 ‘버닝'은 경쟁부문 진출작들 중 중위권에 머물렀다. 반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만비키 가족'은 스크린데일리 평점 2위, 르 필름 프랑세즈 2위로 유럽과 미국에서 모두 고른 평가를 받았다.

더 중요한 건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이창동에 대한 시선 차이다. 고레에다는 지난 10여 년 간 1~2년에 한 편씩 신작을 발표하며 그 대부분을 칸영화제에 출품해왔다. ‘칸 모범생'인 셈이다. 반면 이창동은 ‘버닝' 직전 마지막 영화가 8년 전 ‘시'였다. 고레에다와는 인지도 차원에서 차이가 크게 생기고, 칸영화제의 ‘보은' 차원 호의도 받아내기 힘들었다, 더군다나 딱히 영화광들이라 볼 수 없는 배우들이 심사위원단을 차지한 이번 영화제에선 꾸준한 활동으로 인지도를 넓힌 고레에다와 승부가 힘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니다. 어찌됐건 영미권 비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단 점에서 칸 굴욕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서 뒤집을 가능성은 보인다. 특히 미국선 이상스러울 정도로 이창동 감독에 호의적이다. ‘밀양'도 ‘시'도 모두 유럽 평가보다 더 후하게 받아왔다. 돌이켜보면 한국영화는 전반적으로 늘 유럽보단 미국서 더 평가가 좋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정서의 유사성'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각종 영화제 출품의 진정한 의미는 어쩌면 이 같은 세계시장 ‘정서'를 확인하는 데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각종 영화상은 그 ‘정서'를 바탕으로 한 홍보탑일 뿐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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