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일하는 난소, 젊어지는 난소암

[정희원 기자] 매년 5월 8일은 ‘세계 난소암의 날’이다. 점차 늘어나는 난소암 예방·치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됐다. 난소암은 여성건강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암종 중 하나다. 국내서도 유방암·자궁경부암과 더불어 3대 여성암으로 분류된다. 난소암은 여성암 사망자의 47% 이상을 차지해 이 중 사망률이 가장 높다. 발병률 1위는 유방암이다.

난소암은 ‘무증상이 증상’으로 환자 10명 중 8명이 3기 이후 말기에 첫 진단을 받다보니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난소는 골반 안쪽에 위치해 암 등 이상이 생겨도 스스로 느끼기 어렵다. 몸이 무겁고 아랫배가 묵직한듯 불편하거나, 소화가 어렵고 변비가 심해지는 등 일상에서 흔히 겪는 애매한 증상이 대부분이다. 다만 암이 진행될수록 종양이 커지며 주변 장기를 누르는 과정에서 복부 팽만·골반통·오심·구토·빈뇨·자궁출혈 등이 유발된다.

이런 현상은 대개 3기 이상부터 나타난다. 이런 탓에 현재 국내 난소암 5년 생존율은 40%도 되지 않는다. 다만 조기발견하면 생존률이 90% 이상으로 높아 정기검진이 최선이다.



◆국내 난소암, 유전보다 ‘활발한 배란’이 원인

흔히 여성암은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여성은 유전보다 배란 횟수 문제로 인해 난소암에 더욱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난소암은 크게 상피성·비상피성으로 구분되는데, 한국여성의 난소암은 80% 정도가 유전적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상피성 난소암이다.

이선주 건국대병원 여성부인종양센터 교수는 “국내에서 가족력이나 유전자 문제로 인한 난소암은 5~10% 정도로 추산된다”며 “대부분의 환자는 유전자와 아무런 관계없이 암을 겪었으며, 오히려 여성의 난소암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로 꼽히는 게 ‘활발한 배란’”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국내 난소암 환자는 젊어지고 있다. 난소암은 본래 50~70대 이후 여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빨라진 초경·비혼·만혼·비출산 등으로 발병 연령대가 20~30대까지 내려오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20~30대 난소암 환자수는 2012년 2388명에서 2016년 3145명으로 32% 늘었다.

이 교수는 “초경이 빠를수록 배란일이 길어지고, 임신을 피하면 배란이 멈추지 않아 난소는 일생 동안 ‘쉴 새 없이’ 일하게 된다”며 “배란으로 세포가 생성·소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전자변이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암세포가 생성되는 것으로 유추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번 출산한 여성은 출산경험이 없는 여성에 비해 난소암 위험이 약 30~40% 정도 감소한다. 모유수유도 배란을 억제해 월경을 지연시켜 난소암 위험을 떨어뜨린다.

이선주 교수는 난소암 예방법으로 ‘배란 억제’를 들었다. 암 예방만을 위해 결혼·출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다. 그는 “건강한 식생활과 규칙적인 운동은 기본이며, 고위험군이라면 피임약을 복용하는 게 도움이 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피임약을 사용하면 배란을 억제해 난소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권고한다”고 소개했다. 피임약을 10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률을 5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정기검진이 최선의 예방책

이와 함께 산부인과 정기검진에 나서야 한다. 모든 암의 정확한 진단은 조직검사에서 시작된다. 다만 난소는 골반 안쪽에 위치해 위내시경이나 자궁경부암검사처럼 장기를 들여다보고 바로 조직을 채취할 수 있는 검진법이 아직 없다. 현재 골반 초음파와 혈액검사 두 가지로 진단하다보니 정기관찰이 필수다.

김하정 민트병원 부인과센터 원장은 “암 진단은 조직검사가 가장 확실하지만 난소암은 위치상 바로 조직을 떼어 검사하는 게 어렵다”며 “매년 정기적인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조기검진 확률을 높이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혈액검사는 과거보다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 원장은 “최근엔 새로운 종양표지자인 HE4(인간부고환단백)의 혈중농도까지 측정할 수 있는 ROMA검사법이 등장했다”며 “HE4 혈중수치는 난소암 1기에서 가장 민감도가 높아 조기진단의 효과적인 지표”라고 말했다.

난소암을 조기발견하면 임신·출산 확률도 높일 수 있다. 주웅 이대여성암병원 부인종양센터 교수는 “예후가 좋은 경우 암이 생긴 한쪽 난소만 제거하고, 항암치료를 마친 뒤 출산한 사례도 있다”며 “치료 후 건강을 회복한 난소암 환자는 임신을 시도할 수 있고, 이후에도 재발이 없다면 남은 난소를 보존할 수 있다”고 했다.


난소암 정기검진 꼭 받아야 되는 사람은?

난소암 고위험군은 1년에 한번씩 산부인과 정기검진을 받는 게 건강관리 측면에서 낫다.

1. 가족 중 난소암·유방암·대장암 등 병력이 있는 사람

2. 유방암 과거력을 가진 사람

3. 12세 이전 초경을 시작한 사람

4. 30세 이후 첫 출산한 사람

5. 임신·수유 경험이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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