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의 페어볼] 유희관은 끝났다고? ‘치킨박스’ 이대호의 기억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유희관(32·두산)은 은근히 자존심이 센 선수다. 부진할 때는 표정이 확 바뀐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아쉬움이 주변에 느껴진다.

올 시즌 부침을 겪고 있다. 5경기 등판해 1승2패 평균자책점 7.18. 지난달 28일 롯데전에 첫 등판해 6이닝 4실점, 그 다음 3일 LG전에 6⅔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든든했다. 그런데 내리 세 경기 무너졌다. 11일 삼성전 5⅔이닝 5실점, 타선지원으로 승리했지만 만족스럽지 못했고 17일 한화전은 5이닝 5실점, 그러다 지난 22일 KIA전에서 3이닝 6실점으로 조기강판했다.

부진한 출발, 피로누적으로 인해 볼 끝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말도 들린다. 구속도 2∼3㎞ 감소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투구수 리그 1위(1만4429구), 감독의 걱정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다.

유희관은 리그를 대표하는 좌완선발이다. ‘느림의 미학’으로 지난 5시즌 66승(33패)을 거둬들였다. 두자릿수 승리를 놓친 적이 없다. 5년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지난해 흔들렸다는 느낌이 들어도 30경기 11승(6패) 평균자책점 4.53에 188⅔이닝을 소화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팬들은 실망의 목소리를 낸다. ‘배팅볼’이라는 둥 ‘왜 국가대표에 안 뽑히는 줄 알겠다’는 둥 선수 본인에게 송곳 같은 댓글을 달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을 둔 비아냥도 보인다.

유희관은 장원준이 FA로 합류하기 전 십수년째 좌완선발 기근에 시달렸던 두산의 기억을 끊어낸 선수다. 또 비시즌 구단 행사는 귀찮은 일, ‘내가 도와줄 일이 없느냐’고 먼저 나서는 선수는 유희관이 유일하다. 어쩔 수 없는 프로의 세계다. 결국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하면 사랑받지 못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과거는 지나간 일이다. 개막 7연패 뒤 이대호(롯데)조차 치킨박스를 맞았고 김태균(한화)은 콜업 시점부터 팀이 연패를 타자 황당하게도 그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현장에서는 시쳇말로 ‘클래스는 어디 가지 않는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야구를 가장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전쟁터, 그 속에서 유희관은 생존했고 산전수전의 경험을 쌓아왔다. 지금 이대호는 리그 최고의 타격감을 자랑하고 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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