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리딩 컬쳐’ 현대캐피탈, 잔잔한 메시지를 던지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한국 배구 문화는 현대캐피탈로 통한다. ‘리딩 컬쳐(Leading Culture)’ 배구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프로배구 V리그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아쉽게 패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한다. 프로스포츠는 분명 성적이 전부이다. 그러나 현대캐피탈 배구단의 행보는 다르다. 성적에서는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한국 배구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최고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다.

우선 경기장 안에서도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맞았다. 세터 노재욱이 당장 수술을 해야 하는 부상을 당했고, 이승원은 늑골 쪽에 혹이 발견돼 조직검사가 시급했다. 여기에 정규리그 막판 주포 문성민이 심한 발목 부상을 입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고민을 거듭했다. 아픈 선수에게 출전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런데 선수들이 먼저 나섰다. 최 감독을 찾아와 “감독님 뛰겠습니다”, “감독님 뛰진 못해도 선수단과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보였다. 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최 감독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트릴 것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최 감독은 “현대캐피탈의 문화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패배 직후 최 감독이 대한항공 선수 모두와 악수를 하면서 진심으로 축하해준 모습, 에이스 문성민이 대한항공의 한선수를 꼭 안아주는 모습도 팬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진정 아름다운 패배가 무엇인지,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배구장 내 수직적인 관행을 모두 타파했다. 우선 임원진 인사를 위한 도열을 가장 먼저 금지했다. 프런트 소통도 수평적인 문화를 만들었다. 김성우 현대캐피탈 배구단 사무국장은 “우리는 ‘노(NO)’라는 대답이 없다. 일단 모두 예스(Yes)라고 답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힌다. 모든 예스가 예스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시도조차 하지 않고 노를 외치는 것은 서로 직무유기”라고 답했다. 현대캐피탈의 홈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이벤트들 대부분 사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도 이 때문이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캐피탈은 연고지 천안시에 깊숙이 녹아들었다. 모기업 광고와 홍보도 중요하지만, 최우선 순위는 연고지 기업이다. 우선 천안의 지역기업 아라리오 야우리시네마와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다. 천안 야우리시네마에서 판매하는 팝콘과 음료 컵에 현대캐피탈 선수단의 캐릭터를 새겨넣고, 여기에 나온 수익금 일부를 받았다. 그리고 적립한 이 수익금 전액, 500만원을 연고지 유소년 배구팀인 천안 봉서중학교와 쌍용중학교 배구부에 발전 기금으로 기부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캐피탈 홈 경기장인 유관순체육관에는 ‘이마트 존’이 있다. 이 역시 이마트 천안점과 업무 협약을 맺고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이에 관중석에 ‘이마트 패밀리 존(매트리스에 편히 누워 관람 가능한 좌석)’ ‘이마트 프렌드 존(테이블 3인석)’을 신설했고, 연중으로 선수단이 이마트 천안점을 방문해 팬 사인회를 열었다.

배구장 문화도 신선하다.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 1, 2차전을 치르면서 작은 전시회를 진행했다. 문성민의 열정적인 팬이자 부산에서 활동하는 작가 고은정 씨가 현대캐피탈의 우승을 모티브로 창작한 작품 20점을 전시한 것이다. 고은정 씨는 “최근 현대캐피탈 배구단에 1억원을 기증한 신지원 할머니 소식을 듣고 팬으로서 무언가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진정으로 팬과 소통하는 배구단의 행보이다.

이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부회장이자 구단주의 철학이 배구단 프런트-코칭스태프-선수단까지 녹아든 결과이다. 정 구단주는 이번 챔프전을 앞두고 “성적 부담 느끼지 마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팬도 즐거워한다”는 한마디만 남겼다. 이 한마디가 현대캐피탈의 문화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배구 문화를 선도하는 현대캐피탈의 행보가 잔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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