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회의 풍경소리] 비운만큼 채워진다

‘많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최소한 남들만큼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재물을 향한 사람들의 마음은 일반적으로 이렇지 않을까 싶다. 재물에 관한한 그 끝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할 만큼 상한선을 찾아보기 힘들다. 많이라고 할 때 많다는 것의 기준이 아예 없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더, 더 많이 원한다. 인간이 살면서 소유하게 되는 재화 중에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더 많이 원하는 것도 보기 힘들 것이다. 더 많이 가지려 할 때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있다. 바로 갈증과 불만, 그리고 심적 고통이다.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돈은 바닷물과 같다”고 했다. 한마디가 더 따라온다. “돈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갈증이 심해진다.” 재물은 마술을 부린다. 가지고 가질수록 더 부족한 듯이 느껴지는 게 그것이다. 지나치게 재물을 채우려 하면서 사람들은 항상 지쳐서 산다. 더 많이 가지려하니 만족이 없고 하나라도 더 챙기려하니 몸이 힘들다. 더 많이 가지려면 그만큼 더 일해야 하니 밀려드는 일에 지친다. 원하던 원치 않던 사람들을 계속 만나야 하니 관계에 지친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쉴 새 없이 물건을 사들이지만 때로는 넘쳐나는 물건에 지치기도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성공과 실패를 계산한다. 그런 계산법으로 자기의 재물을 따져보고 기뻐하거나 절망한다.

살아가는데 필요하기에 돈을 많이 버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들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가끔은 멈추어 서서 생각을 가다듬어 볼 필요가 있다. ‘나에게 재물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필요한가.’ ‘왜 그만큼 필요한가.’ 이런 생각을 때때로 해봐야 한다. 그것은 재물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문제이다. 그런 생각은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연결된다.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지금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다.

조선시대의 대학자인 퇴계선생은 벼슬을 마치고 귀향한 뒤에도 검소한 생활을 유지했다. 큰 벼슬을 했지만 재물에 욕심내지 않았고 질그릇에 세수를 하고 칡을 엮어 만든 신발을 신었다고 한다. 음식도 다르지 않아 언제나 소박한 음식을 즐겼다. 좋은 음식을 먹으면 속이 불편하고 담백한 것을 먹어야 속이 편하다고 했다. 큰 벼슬을 한 선생이 그 정도로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생은 사는 방식과 먹는 것을 무조건 재물에 맞추지 않았다. 자기가 어떤 방식으로 살고 싶은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몸이 편하지를 알고 그에 맞게 살아가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한 선생은 단정하고 온후했으며 편안한 만년을 보냈다. 비우는 삶을 자신의 것으로 여긴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소박하고 정갈한 삶을 동경했다. 재물이 충분히 있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작은 것 소박한 것들로 삶을 즐길 줄 알았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재물이 필요한지 판단할 줄 아는 생각의 힘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재물이 부족한 게 아니라 생각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사는 게 지친다면 가끔은 걸음을 멈추어 보자. 재물을 많이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는지, 얼마나 더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자. ★김상회의 풍경소리(02-533-8877)에서는 부산 및 지방 애독자들을 위해 전화 상담을 진행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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