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S다이어리] 김성준 선택 신태용 감독, 모험일까 실험일까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어?!”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12월 일본 도쿄에서 펼쳐지는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이하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24인의 대표팀 명단을 꺼내 들었다. 동아시안컵은 국가대표 차출 의무 규정을 적용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니기 때문에, 신 감독은 K리그 소속 선수를 중심으로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자원을 대거 선발했다. 이번 대회는 분명 성적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이라는 종착역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뿌리를 뻗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는 데 의미가 있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권창훈(디종)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등 대표팀 주축 선수가 빠졌지만, 이들을 대신하거나 경쟁 체제를 만들 수 있는 새얼굴을 최대한 많이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 때문에 신 감독은 이번 대회 출전 엔트리를 구성하면서 ‘월드컵 본선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가능성있는 선수’에 초점을 두고 선수를 선발했다. 이재성(전북) 김승규(빗셀 고베) 권경원(톈진) 이근호(강원) 등이 11월 평가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중용 받은 이유가 이 때문이다. 또한 애초 23인의 엔트리에서 1명을 늘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수비수 김민재(전북)을 선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해 이제 막 러닝 훈련을 시작한 단계로 경기 출전이 불가능하지만, 현재 신태용호 핵심 수비수인 만큼 팀 분위기를 익히고 새로 합류한 토니 그란데, 하비에르 무냐노 코치와 얼굴을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런데 의문 부호가 붙은 선수 선발도 있다. 바로 성남FC의 미드필더 김성준이다. 그는 2014년 12월 당시 아시안컵 대비 전지훈련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한 뒤 약 3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앞서 연령대별 대표팀 경력도 있다.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그러나 걸림돌은 최근 행보이다. 그는 상주 상무 소속으로 지난 8월12일 인천전에 출전한 뒤 발목 부상을 당했다. 이후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채 9월13일 전역과 함께 원소속팀 성남FC로 복귀했다. 복귀한 이후에도 공식 경기에서 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현 시점에서 경기력이 증명되지 않았다.

물론 신 감독의 의도는 있다. 그는 "성남 감독 시절 소속 선수였다. 중원에서 청소부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중앙 미드필더 자원 가운데 파이팅 넘치고, 상대를 거칠게 압박할 수 있는 자원은 김성준이 유일하다. 정우영(충칭) 주세종 이명주(이상 서울) 이창민(제주) 등은 플레이메이커에 적합하거나, 공격적인 성향이 강하다. 이를 토대로 풀어보면, 김성준은 전술적으로 필요한 자원이다. 신 감독도 동아시안컵을 통해 실험하고자 하는 플랜B와 C에 대비해 쓰임새가 있기 때문에 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이를 두고 왈가왈부할 이유는 없다. 선수 선발의 제1 순위 기준은 ‘감독의 쓰임새’에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선수 선발에 대한 책임도 감독의 몫이다. 신 감독은 국내·외 선수를 막론하고 “소속팀 경기에 최대한 많이 출전해 자신의 강점을 보여주는 선수에게 대표팀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준은 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대표팀은 ‘내가 데리고 있어 봐서 실험해보고 싶었다’로 정당화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는 모험에 가깝다. 그만큼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김성준의 실험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신 감독의 선택이 모험이 아닌 실험이 될 수 있길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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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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