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투자금 모집·대출 전면금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규제가 본격화했다. 우선 투자금을 가상화폐로 조달하는 화폐공개(ICO·Initial Coin Offering), 가상화폐 대출행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29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금융위원회가 밝혔다. 회의를 주재한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시중 자금이 비생산적·투기적인 방향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생산적 투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추가적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규제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기로 했다. ICO란 주식시장에서 자본금을 모집하는 기업공개(IPO)를 본떠 증권 대신 ‘디지털토큰’을 발행, 투자금을 가상화폐 등으로 끌어모으는 자금 조달 방법이다.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이지만 정부는 ICO를 내세워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 등 사기위험이 증가하거나 투기수요 증가로 시장과열 등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일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증권형’만이 아니라 신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방식인 ‘코인형’ 등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겠다는 결정이다.

주요국에서도 ICO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 4일 ICO를 금융사기·다단계 사기와 연결되는 불법 공모행위로 규정하고 전면 금지키로 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부터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토큰발행을 증권법상 증권발행으로 보고 증권법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가 가상화폐를 취급하는 업자에게서 가상화폐를 사고팔기 위한 자금을 현금이나 가상화폐로 빌리는 속칭 ‘코인 마진거래’도 금지하기로 했다. 이는 사실상 신용공여 행위인데, 현행 금융업법상 허용되지 않은 신용공여는 투기를 조장하고 소비자 피해를 키울 우려가 매우 크다고 정부는 지적했다. 정부는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신용공여 금지를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입법 전에 신용공여 행위가 이뤄질 경우 대부업법 등 관련법 위반 여부를 조사해 제재할 방침이다.

가상화폐 관련 범죄는 꼬리를 물고 있다. 검찰은 최근 가상화폐로 대마를 판매한 업자와 가상화폐 투자 명목으로 212억원을 가로챈 업자들을 기소했다. 매출 실적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며 가상통화 판매 명목으로 투자자 1000명에게서 250억원을 수신한 다단계 사업자 4명을 붙잡아 1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경찰과 금융감독원은 합동단속반을 꾸려 가상화폐 관련 다단계·유사수신 범죄를 최근 2주일 동안 10건 적발하고 20명을 붙잡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고객정보 유출 사고를 신고받아 조사 중이다. 방통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이달 말 취급업자들을 현장 점검한다.

세계일보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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