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체중감량와 증량으로 가장 많이 회자된 배우가 있다면 아마 설경구일 거다. 그가 작정하고 작품을 연구할 때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캐릭터가 탄생한다. 먼저 설경구의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공의 적’(2002). 그는 극 중 권투선수 출신 형사 강철중의 묵직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14kg의 몸무게를 증량했다. 무거워진 몸으로 액션신을 촬영하다 코뼈가 부러졌지만 이틀간 격투장면을 촬영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같은 해 촬영한 ‘오아시스’에서는 두 달만에 18kg을 감량했다. 시나리오 속 단 한 줄의 지문 때문. ‘갈비뼈가 나온다’라는 글을 읽은 그는 캐릭터를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당시 체중감량을 위해 일산에서 충무로까지 걷기를 고집한 일화는 유명하다.
영화 ‘실미도’(2003)로 67kg까지 떨어뜨린 체중을 약 100kg까지 찌운 작품은 ‘역도산’(2004). 거구의 프로레슬러로 완벽하게 변신한 그는 이듬해 ‘공공의 적2’를 위해 한 달간 10kg 가량을 줄이며 냉철한 검사 캐릭터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극한의 연기 변신에 관객은 환호했다. 하지만 진짜 변신은 지금부터다. 6일 개봉한 ‘살인자의 기억법’ 속 설경구의 모습은 그 어떤 작품보다 압도적이다. 설경구 스스로 “캐릭터의 얼굴을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생겼다”라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외양의 변화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에 걸린 병수의 디테일한 감정 변화도 탁월하게 포착, 원신연 감독을 감동케했다. 본능적으로 태주(김남길)를 경계하며 하나뿐인 딸 은희(설현)를 지키려는 병수가 자신의 기억이 현실인지 망상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마저 혼란스럽게 만든다. 극한의 노력과 몰입으로 완성된 ‘살인자의 기억법’ 속 병수의 모습은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배우 설경구의 저력을 각인 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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