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겟 아웃'부터 '장산범'까지… 공포영화 전성시대

17일 개봉한 한국 공포영화 ‘장산범’이 27일까지 누적관객수 112만131명을 기록하고 있다. 손익분기점 170만을 넘어서리란 기대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그보다 먼저 개봉한 미국 공포영화 ‘애나벨: 인형의 주인’은 벌써 189만7992명을 동원했다. 전편의 2배 이상 관객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올 초엔 또 다른 공포영화 ‘겟 아웃’이 213만8148명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작년에도 ‘컨저링 2’ ‘맨 인 더 다크’ ‘라이트 아웃’ 등 외국 공포영화 흥행 ‘한계령’이라 불리는 100만 돌파작이 3편이나 나왔다. 물론 한국 공포영화 2편의 대대적 성공담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부산행’과 ‘곡성’이다. 결국 지난해에서 올해로 이어지는 흐름으로 봤을 때, 전반적으로 ‘공포영화 붐이 돌아왔다’고 표명해도 좋을 만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그럼 왜 공포영화가 다시 돌아온 걸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너무 안 풀려서’ 국내에선 매년 제작편수가 줄기만 하고 외화 역시 2차시장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았던 대표적 ‘불효자’ 장르였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선 한 가지 근본적 원론 제시가 필요하다.

공포영화는 애초 경제불황 시기에 흥하는 장르란 점이다. 경제불황 시기의 극단적 스트레스를 보다 자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선택되는 장르다.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미국의 슬래셔영화 선풍은 카터 집권 시기 극악한 불황과 레이건 집권 초기 고용유연화 쇼크로 청년층 정서가 상당히 불안정하던 때다. 그리고 공포영화 붐이 돌아온 2010년대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쇼크 여파로 청년취업에 급격한 제동이 걸린 시점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링’ 시리즈를 필두로 한 J호러 최전성기는 1991년 버블붕괴 여파가 일반대중에까지 전달된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중반이었다. 한국은 지금이 그런 시점이다. 청년취업 문제가 갈수록 큰 갈등을 일으켜 청년정서가 극단적으로 불안정한 때다.

물론 그밖에도 원인은 다양할 수 있다. ‘텔 미 썸딩’부터 ‘추격자’에 이르기까지 스릴러와 고어를 이어내는 소위 ‘지알로’ 혼성영화들이 쇠퇴하면서 공포영화에 단독적 공간이 생겼다는 평가도 있다. ‘숨바꼭질’ ‘부산행’처럼 한국 사회현실에 대한 우화로서 접근하는 사회파 공포 노선에 대중이 반응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공포영화 전성시대는 곧 그만큼 사회적 스트레스가 극심한 시대란 대전제엔 변화가 없다. 그만한 극단적 자극을 통해서만 대중이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시기. 장르 유행은 본래 대중심리 변화와 붙어서 일어나는 현상이고, 궁극적으론 사회학일 수밖에 없다. 지금 ‘장산범’과 ‘애나벨: 인형의 주인’도 바로 그런 식으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을 반영해주고 있는 셈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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