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성적에 집착하는 유일한 국가 '대한민국'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20세 청춘, 신태용호의 행군은 16강에서 멈췄다. 포르투갈전 패배 이후 이들을 향하던 찬사는 비난으로 돌변했다. 투톱 전술 활용의 오류, 상대 에이스의 위치 변화를 차단하지 못한 대처 능력, 이른 실점에 무너진 멘탈, 상대 스위치에 무너진 수비진의 지역·대인 방어,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던 새 전술 변화 등 갖가지 패배의 이유를 들이대며 이들을 비난했다.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완벽한 전술이 있었다면 과연 포르투갈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 현격하게 차이 난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오롯이 전술만으로 커버할 수 있었을까. 만약 포르투갈을 넘어서 8강과 4강에 올랐다면, 한국 축구가 발전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한국 축구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포르투갈전은 정확하게 한국 축구의 현실을 일깨워준 경기였다. 이날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중 프로 또는 유스(Youth) 리그에서 꾸준히 출전하고 있는 선수는 이승우(19·FC바르셀로나 후베닐A)가 유일했다. 또 프로 선수보다 대학 선수가 더 많았다. 대회 한 관계자는 “경쟁국에서 한국 대표팀의 명단을 보고 깜짝 놀라더라”며 “소속이 대학(University)인 선수들은 도대체 어떤 선수들이냐고 묻더라. 이를 쉽게 설명해주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포르투갈전 승패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한국 축구의 구조적 차이에서 갈린 것이다.

여기서 ‘성적에 집착하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8강에 오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라고 단정 짓는다. 감독 교체는 당연하고, 새 얼굴을 발탁해야 한다고 울부짖는다.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이 최대한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의 변화, 연령대별 대표팀부터 성인(A) 대표팀까지 선수 관리의 일원화, 지도자 축구 철학의 공유 등 작은 부분부터 변화가 이뤄져야 그 다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보다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인식의 변화이다. 유럽이나 남미 국가는 U-20 월드컵 ‘성적’보다 ‘육성’에 방점을 두고 팀을 운용한다.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두다멜 감독은 U-20 대표팀과 성인(A) 대표팀 감독을 겸직하고 있다. U-20 대표팀을 통해 A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를 육성하자는 의미다. 프랑스, 잉글랜드, 포르투갈이 모두 이와 같은 운용을 하고 있다. 16세 구보 다케후사를 발탁한 일본도 그렇다. 일본 축구 전문가는 “일본은 이번 대회보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때문에 성적보다 선수 개개인 경험에 방점을 뒀다. 구보를 선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선수도 마찬가지다. 명문 구단보다는 뛸 수 있는 구단으로 이적해야 한다. 이름값과 돈이 전부는 아니다. 세계 최고의 구단에 있더라도 뛰지 못하면 도루묵이다. 겉모습과 성적에 집착하는 한국 축구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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