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아의 연예It수다] 배두나는 다르다, 바르다

[최정아 기자] 배두나는 다르다.

작품에 몸을 던지는 도전 정신과 현장서 스태프를 대하는 자세까지, 어딘가 한 발짝 앞서있다.

배두나는 최근 4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터널’에서 터널에 갇힌 정수(하정우)의 아내 세현 역을 맡아 스크린에 복귀했다. ‘도희야’ 이후 2년 만에 참여한 한국 영화이자 상업영화로는 2012년 ‘코리아’ 이후 4년 만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국내 스크린, 그리고 관객들과의 만남. 여배우로서, 혹은 여자로서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생길만도 한데 배두나는 민낯을 고집했다. 김성훈 감독이 ‘고맙다’고 표현할 만큼 100%의 민낯이다.

촬영 전날 하룻밤을 꼬박 지새우고 일부러 다크써클을 만드는 것은 기본. 미리 울어 얼굴과 눈을 붓게 만들고 그 상태 그대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지금껏 이 정도의 맨얼굴을 보여준 톱 여배우는 없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민낯 투혼을 펼쳤다’는 대부분의 현장에 가보면 눈썹, 입술색을 옅게 넣거나 다크써클 정도는 가린다. ‘터널’ 속 민낯은 정말 리얼했다”며 놀라운 마음을 전했다. 사실 배두나의 분장은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장면이 전부다.

민낯의 이유는 간단했다. 남편이 터널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고 현장으로 뛰어온 세현에게 단정한 머리와 화장한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 배두나는 세현의 감정을 자신에게서 꺼내 표현한 게 아니라 그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왔다. 과장되거나 가공됨이 없다. 덕분에 관객은 남은 자의 슬픔을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사실 배두나의 민낯 공개는 처음이 아니다. ‘도희야’, ‘코리아’, ‘괴물’을 촬영하던 당시에도 민낯으로 스크린에 등장하길 원했다. 메이크업으로 자신의 감정이 가려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연기 열정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의 흐름에 몸을 맡길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배두나는 조금 특별한 배우다.

배두나는 주변의 보살핌이 익숙지 않다. 햇볕이 쨍쨍한 날 야외촬영을 하면 ‘컷’ 소리와 동시에 스태프들이 달려와 배우에게 검은 우산을 씌워준다. 이동할 때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소품은 물론이고 개인 가방까지 들어주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배두나가 있는 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마치 개그우먼 김숙의 “어디 남자가∼” 시리즈처럼 자신의 가방을 들어주는 남자 스태프에게 “여자 가방은 남자가 드는 게 아니다”라며 스스로 짐을 챙긴다.

‘터널’ 측 관계자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란스’, ‘주피터 어센딩’, 드라마 ‘센스8’까지 해외 경험이 많아서인지 독립심이 강하다”며 “현장에서 배우를 먼저 챙기고 맞춰주는 분위기를 오히려 어색해 한다. 오늘 동선과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지 정도만 설명하면 스스로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배우는 물론 스태프들과도 완벽한 팀워크였다”고 밝힌 배두나의 말처럼 그녀 특유의 유쾌한 웃음은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는 후문.

하정우의 원맨쇼를 예상했던 관객들도 돌아가는 길에는 배두나를 떠올리며 극장을 나간다. 흠 없는 연기력, 임하는 마음가짐, 스태프를 먼저 챙기는 배려, 이보다 바른 배우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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