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심각성, 괜한 농담이 깎아내린다

[스포츠월드=전영민 기자] ‘나만 아니면 돼’.

 

최근 서강대학교 몇몇 건물에 대자보가 붙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甲(갑) 교수님께 올리는 편지’라는 제목이다. 내용은 참혹하다. “버닝썬 무삭제 영상이 잘리기 전에 빨리 보라고 친구가 보내줬다” “평소에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그날은 택시를 타고 영상이 잘릴까봐 빨리 틀어봤다” 등 로스쿨 교수들이 강의 중 한 발언이라고 적혀있다. 사실상 2차 가해인 셈이다. 학교 측은 사실여부를 내사를 실시하고 징계까지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는 비단 연예계만의 이슈가 아니다. 직책을 떠나 권력까지 연결돼있어서다. 유흥업소에서 일어난 단순 폭행사건인 줄 알았던 처음과 대조적으로 수사가 진행될수록 다른 속이 보인다. 마약 흡입 및 유통, 원정 성매매 알선, 성 접대, 권력 유착, 탈세 등 무거운 사안들만 자리 잡고 있다. 빅뱅 출신 승리를 비롯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 가수 정준영 등이 줄줄이 입건됐다.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 세상에 나온 후에는 경찰, 클럽 대표 등까지 소환 조사를 받았다.

 

문제는 ‘경각심’이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심리가 사안의 심각성을 깎아내린다. 사안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희화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서강대 일부 교수진뿐 아니라 사회 기저에 만연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 외래강사는 “정준영 동영상을 구해서 보려 했는데 못 구했다”는 말로 논란을 빚었다. 타 대학에서도 비슷한 발언에 관한 제보가 속출했다. 일부 대학교 MT에서는 조 이름을 ‘버닝썬’이라 칭한 집단도 있었다. 심각성은 뒷전이다. 2019년을 뒤집은 한 사건을 한시적 웃음만을 위해 소비하는 셈이다.

 

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직책에 맞는 도덕성 여부는 차치하고 장난 섞인 한 마디가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온라인이든 현실이든 괜한 농담으로 누군가는 피해를 입는 까닭이다. 사건의 피해자가 2차 피해로 인해 더 큰 상처를 입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관련한 사례만 해도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당장 클럽 ‘버닝썬’에서 찍었던 사진에 몇몇 연예인은 억측과 루머에 휘말렸고 피해를 입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입에서 한 번 내뱉은 말이 더 빨리 퍼진다는 의미다. 교단에서마저 ‘버닝썬 게이트’를 희화화하는 현 상황과 기시감이 크다. 관심을 쏟는 건 마땅하다. 그러나 결코 농담의 소재로 삼을 일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ymin@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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