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17일간의 대한민국에 행복 안긴 ‘여자 컬링 동화’

[스포츠월드=강릉 정세영 기자] ‘수고했어 여자컬링.’

연전연승하던 ‘팀 킴(Team Kim)’이 마지막 한고비를 남지 못했다. 스킵 김은정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초희(리드·이상 경북체육회)로 구성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은 25일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결승에서 3-8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등록선수가 고작 395명에 불과한 척박한 환경에서 이뤄낸 은메달 성과다. 올림픽 준비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었다. 대표팀을 물심양면으로 돌봐야 할 컬링연맹은 지난해 9월 관리 단체로 지정됐다. 또, 대회를 앞두고는 강릉 컬링센터의 보강 작업에 나서 홈 이점을 제대로 누리지도 못했다. 마땅한 연습 장소가 없어 태릉과 이천, 진천, 의성 등을 떠돌아야 했다.

그러나 대표팀은 고난의 시간 위에서 화려한 꽃을 피어올렸다. 세계 1위 캐나다를 비롯해 강팀들을 줄줄이 꺾으며 예선 1위로 4강 진출을 확정했고, 4강전에서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된다’는 일본을 꺾고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 국가의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USA투데이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유력 언론은 한국 여자 대표팀의 선전을 두고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뛰어난 스타 중 하나”라고 치켜세웠다.

대한민국에는 컬링 열풍이 몰아쳤다. 하우스, 드로 샷, 테이크 아웃 등 경기 용어가 널리 알려졌다. 컬링 관련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고, 각종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는 여자 컬링팀을 흉내 내는 영상으로 넘쳐 났다.

‘팀 킴’의 선전 비결은 환상의 팀 워크다. 김초희를 제외하고 모두 경북 의성여중·고 출신이다. 김은정이 ‘승리의 주문’으로 외친 김영미는 김은정의 친구다. 김경애는 김영미의 동생. 김선영은 김영미 동생의 친구다. 스킵 김은정은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 중 한명이다. 냉철한 상황 판단,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흔들림 없는 전술 지휘로 ‘안경 선배’라는 별칭을 얻었다. “영미야~영미!” 김은정이 외치는 이 이름은 승리를 기원하게 만든는 상징어였다.

올림픽 여정을 마친 김은정은 “사상 첫 메달이고, 은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영광스럽다. 한국 컬링을 이만큼이나마 관심있게 지켜보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라고 활짝 웃었다. 김민정 감독은 “최고의 자리 아니지만,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늘 도전자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중고생 시절 컬링을 처음 접했던 경북 의성의 소녀들. 10년 뒤 그들은 한국 여자 컬링을 세계 중심에 올려놓았다. “우리는 한국 컬링의 새 역사를 쓰고 싶다”고 말한 그들은 약속대로 이번 올림픽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 여자 컬링은 평창올림픽을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강릉 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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