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평창다이어리] 노선영-김보름, 경기 후 30분… 외면하고 침묵했다

[스포츠월드=강릉 권영준 기자] 김보름(강원도청)과 노선영(콜핑팀)의 거리는 약 1m였다. 그러나 마음의 거리는 팀추월 3200m만큼 멀어 보였다. 경기 후 30분, 스포츠월드가 단독으로 포착한 김보름과 노선영은 서로 외면했고, 침묵했다.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한체대)는 지난 21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치른 폴란드와의 ‘2018 평창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7~8위전에 나섰다. 앞서 지난 19일 준준결승전에서 노선영 홀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조직력에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냈고, 여기에 김보름이 노선영을 저격하는 인터뷰와 함께 활짝 웃는 모습이 포착돼 논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한빙상연맹이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 했으나, 노선영이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외신도 이를 두고 ‘왕따 스캔들’을 보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상처가 봉합되기도 전에 다시 경기에 나선 3명의 선수는 무난하게 경기를 마쳤다. 이날 경기에서는 서로 밀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김보름이 선두에서 3바퀴를 책임졌던 것과 달리 이날은 각각 2바퀴씩 6바퀴를 돌았고, 특히 마지막 1바퀴를 남겨두고 순서상 선두에서 가장 뒤로 이동해야 했던 노선영이 2번째 주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8위에 머물렀지만, 이들의 레이스는 탈없이 끝났다.
경기는 마쳤지만, 이미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김보름과 노선영은 여전히 침묵했다. 이날 경기 전 노선영은 홀로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푸는 모습을 보였다. 다 함께 스케이트화를 신고 주행 훈련을 할 때도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드물었다.

경기 직후에도 대화는 없었다. 스포츠월드가 이들의 모습을 포착한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2층이었다. 이 곳은 경기 전후로 선수들이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다. 이곳에서 선수들은 실내 사이클을 타며 몸을 예열하거나, 경기 직후 경직된 몸을 푼다. 김보름과 노선영은 팀추월 7~8위전 직후 이곳에서 실내 사이클을 타며 마무리 운동에 나섰다.

먼저 사이클에 오른 것은 김보름이었다. 김보름이 실내 사이클에 오른 뒤 약 10분이 흘렀고, 이때 노선영이 나타났다. 노선영은 김보름이 위치한 지점에서 약 1m 떨어진 사이클에 몸을 실었다. 노선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다리를 저었고, 김보름 역시 노선영 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노선영은 약 15분 동안 사이클을 탄 뒤 먼저 자리를 떠났고, 김보름은 노선영보다 약 10분 정도 더 운동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에도 두 선수는 함께 있지 않았다. 노선영은 어머니를 만나 관중석에서 이승훈이 이끄는 남자 팀추월 결승전을 관전했다.

노선영과 김보름의 갈등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는, 엎질러진 물처럼 보인다. 현장에서는 김보름과 노선영을 두고, 이들 이면에서는 빙상계에 오래된 관습으로 남아 있는 ‘한체대와 비(非) 한체대’, ‘전명규 대한빙상연맹 부회장과 반대 세력’의 파벌 싸움이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애초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노선영의 출전 여부 논란과 대표팀의 경기력, 이후 진실 공방전까지 과정을 거치면서 이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직 무엇이 진실이고,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당사자 외 아무도 모른다. 실제로 이번 논란이 파벌 싸움의 잔상이라면 김보름과 노선영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김보름의 인터뷰 매너는 분명 깊게 반성해야 한다. 동료를 비난하는 선수는 국가대표가 될 자격이 없다. 다만 김보름과 노선영을 둘러싼 실체없는 이야기는 빙상계의 만연한 파벌 싸움의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 진정할 필요가 있다. 비판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한국 체육계의 기틀이 흔들리고 있고, 상처가 덧나 곪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현실은 전세계 스포츠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현장에서 이러한 상처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더 이상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다. 부끄럽고, 아픈 현실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은 체육계 비리를 파헤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정확한 조사와 변화, 혁신이 시급하다. 이러한 움직임 없이는 한국 스포츠, 그리고 빙상계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연합뉴스, 권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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