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이병헌 "박정민, 윤여정보고 정신차려야겠다 생각"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이병헌과 코믹의 만남이라니. 17일 개봉해 1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둔 ‘그것만이 내 세상’은 배우 이병헌의 힘뺀 연기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영화다.

한때는 WBC 웰터급 동양 챔피언을 거머쥔 잘 나가는 복서였지만 지금은 별 볼 일 없고 갈 곳마저 없어진 조하(이병헌). 그가 우연히 17년간 연락도 없이 떨어져 지내던 엄마 인숙(윤여정)과 재회하게 되면서 평생 알지도 못했던 서번트 증후군 동생 진태(박정민)과 한집에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병헌이란 이름을 들으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있다. ‘달콤한 인생’ ‘내부자들’ ‘마스터’ ‘남한산성’ 등 스크린을 압도하는 강렬하고 묵직한 연기가 러닝타임을 꽉 채운 작품들이다.

그렇기에 ‘그것만이 내 세상’은 이병헌이 관객에게 던지는 변화구다. 동네 형같은 친근하고 유쾌한 모습은 낯설지만 반갑다. 그 안에 깊은 감정 연기까지 더해지니 ‘역시 이병헌’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번 작품에서 애드리브가 많다고.

“코믹 장르의 영화나 캐릭터를 맡았을 때는 자유롭게 한 판 놀 수 있는 장이 마련돼야 한다. 기본적으로 애드리브를 좋아하는 배우는 아니다. 제 애드리브로 작가의 의도를 벗어날 수 있으니 왠만하면 대본에 충실한 편이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극을 위한 것이라는 대전제 하에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할 수 있었다.”

-박정민은 어떤 후배이던가.

“든든하더라. 박정민이라는 배우는 영화 ‘동주’로 신인상을 휩쓴, 객관적으로 검증된 연기력이 있는 배우다. 그리고 함께 하기로 한 뒤 그가 출연한 영화 ‘파수꾼’ 등을 찾아서 봤다. ‘뭐 저런 신인이 다 있나’ 싶었다. 믿음이 생긴거다. 덕분에 신나게 연기를 했다.”

-이병헌의 필모그래피는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튄다.

“내 앞에 새롭게 온 스크립트의 앞뒤 작품을 생각하지 않고 비워둔 상태에서 읽어보려고 한다. 이야기가 과연 나를 움직이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 작품 선택에 있어서 의아해하는 부분들이 있는 거 같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판타지를 보면서 좋아하기도 하고 휴먼, 대작 들어오는 작품을 다 읽는다. ‘이야기가 참 좋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출연하는 편인 거 같다.”

-그래서인지 이병헌은 작품 속에 잘 스며든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짜더라도 작품에 잘 녹아들지 못하면 안된다. 영화라는 것이 생긴 이래로 일종의 공식들이 생겼다. 나쁜 놈이 나오면 좋은 놈이 있고, 웃음이 있다가 슬픔이 오고, 불행이 있다가 희망이 나오고. 뻔하지만 그게 몇 백년 동안 우리가 보아온 영화다. 어떤 디테일로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다른 감동을 주는 포인트라 생각한다. 공식을 벗어나고자 하는 실험적인 영화들도 있지만 상업영화는 기본적으로 이런 틀이 있어야 한다.

-충무로와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을 받는 이병헌에게 좋은 상업영화란 무엇인가.

“요즘은 저도 좀 헷갈린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할 수 있는 ‘상업영화’란 대중이 선호하고 좋아할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상업적인 영화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상업영화를 정의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가장 성공한 영화사 대표가 됐을거다(웃음).”

-그럼 좋은 영화란 무엇인가.

“자꾸만 생각하게 하는 영화,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은 영화가 아닐까. 제가 최근 가장 많이 이야기한 영화는 ‘다시 태어나도 우리’라는 작품이다. 주변 사람들한테 참 많이 말했던 영화다.”

-춤을 추는 장면이 인상깊다. 연습을 많이 한 것 같은데.

“피나는 노력처럼 보인다고 하시더라. 사실 연습을 안 했다. 그날 그 신 찍고 나서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싶더라. 고등학생 때 브레이크 댄스 같은 걸 더 잘췄다. 우리 학생 때 쉬는 시간에 춤추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데 이 장면을 편집할 때 우리 소속사에서 깜짝 놀랐나보다. 너무 영화에서 튀는 장면 아니냐고 물어봤더라. 그런데 저는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을 때라 선을 넘지 않은 코믹함이라 생각했다.”

-이번 작품으로 얻은게 있다면.

“후배인 박정민과 대선배인 윤여정을 보며 배우고 느끼는 게 생기더라. ‘저 오랜시간 배우생활을 한 분이 여전히 충무로에서 찾는 배우가 된데는 이런 이유가 있구나’ 하는 것, 그리고 ‘신인이지만 저렇게 상을 휩쓸고 인정을 받고 다크호스처럼 떠오른 것엔 이유가 있구나’ 하고 느꼈다. 정신을 차려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욕심, 포부, 목표는 없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쌓아가다보면 내 앞에 펼쳐지는 의미있는 미래가 펼쳐지리라 믿는다. 막연하지만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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