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평창에서 쇼트트랙의 전설이 될까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빅토르 안(33·안현수)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한다.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 한 켠은 편하지 않을 것 같다.

안드레이 막시모프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유럽선수권에 참가한 선수들이 평창올림픽에도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러시아 대표팀은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2018 유럽 쇼트트랙 선수권 대회에 참가했고 그 중 안현수도 있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한 러시아였고 안현수는 남자 500m에서 2위를 하며 메달획득에 일조했다.

물론 평창에서 안현수는 러시아 국기를 달진 못한다. 러시아가 국가주도의 도핑스캔들로 IOC로부터 출전금지 징계를 받은 탓에 오륜기를 달고 참가하게 된다.

안현수는 한국 쇼트트랙의 아픈 생채기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올랐고 2003∼2007년까지 세계선수권을 5연속 제패한 한국이 낳은 동계스포츠 스타였다. 하지만 연맹과의 갈등 및 파벌논란, 부상, 소속팀 해체, 국가대표 선발전 탈락 등 한국에서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려웠던 안현수는 2011년말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고국을 떠났다. 이후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러시아 국적으로 500m, 1000m, 5000m 계주를 모조리 휩쓸고 다시 3관왕에 올랐다. 2014년 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을 차지하며 여전한 기량을 보여줬다.

안현수의 평창행은 의미가 남다르다. 실망을 느끼고 떠난 고국에 다시 돌아와 건재함을 증명할 수 있는 무대가 된 것이다. 또 안현수가 평창에서 메달을 1개라도 더 목에 건다면 역대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의 전설이 된다. 금메달 6개와 동메달 2개를 따낸 안현수는 현재 안톤 오노(미국·금 2 은2 동4)와 함께 역대 최다메달 타이를 기록 중이다.

세 번째 동계올림픽 출전, 공교롭게도 그 무대는 고국인 대한민국이다. 안현수는 대회 기간 내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게 틀림없다. 이미 외신도 안현수의 상황을 지적하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최근 AFP통신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주목할 선수 10인에 안현수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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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현수 우나리 부부.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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