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뮤직] 세월이 흘러도 엄정화는 '엄정화'다

[스포츠월드=윤기백 기자] 세월이 흘러도 엄정화는 역시 엄정화였다. 압도적인 아우라에 매혹적인 몸짓,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한 진정성이 최고의 조합을 완성했다. 왜 그가 ‘한국의 디바’로 불리는지, 스스로 그 가치를 입증한 순간이었다.

엄정화가 지난 13일 정규 10집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엄정화가 가수로서 8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으로, 지난해 발표한 파트1 ‘첫 번째 꿈’을 잇는 파트2 ‘두 번째 꿈’이다. 타이틀곡은 프라이머리가 만든 ‘엔딩 크레딧’이다. 이 곡은 인생 또는 사랑의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순간이 지나가고 그때를 회상하는 화자의 쓸쓸한 모습을 한 편의 영화가 끝나고 마지막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에 빗대어 표현했다.

엄정화는 ‘엔딩 크레딧’에 자신의 삶을 녹여냈다. 가수이자 배우로서 25년간 쉼 없이 달려온 엄정화의 삶을 대변하듯 노랫말 한 소절 한 소절이 ‘엄정화의 삶’과 오마주했다. ‘화려했던 추억 / 우릴 비추던 조명들 /영원할 것 같던 스토리’, ‘너와 나의 영화는 끝났고 / 관객은 하나둘 퇴장하고 / 너와 나의 크레딧만 남아서 / 위로 저 위로’ 등 지난 25년간 화려했던 삶을 가사에 담아냈다.

노래를 부르는 감성도 보통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지난 세월을 추억하듯, 노래를 듣다 보면 화려했던 엄정화의 일대기가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듣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큼 딥한 감정선이 돋보였고, 애틋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담담한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았다. 엄정화의 음악을 추억하는 이들에겐 선물과도 같은 노래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이번 앨범은 그동안 대중에게 보여줬던 섹시 디바 엄정화가 아닌, 엄정화 그 자체를 음악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유독 돋보였다. 또 한 시대를 풍미했던 디바였던 만큼, 요즘 음악 스타일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점도 특별하게 다가왔다. 일각에서는 ‘너무 옛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가요계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음악적 흐름이란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하다.

엄정화의 진정성이 가득 담겼기 때문일까. ‘엔딩 크레딧’은 입소문을 타고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하고 있다. 앞서 엄정화는 “목을 다쳐 다시는 앨범을 낼 수 없을 거라고 좌절하던 때가 떠오른다. 이겨냈고, 이겨내는 중이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좌절을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선 엄정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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