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몸값에 삼성행… '아리송' 강민호

야구인 “롯데서 적극 나서지 않아 삼성이 본격 대시”
삼성 “몸값 발표액이 전부”… 축소 꼼수설 강력 부인
강민호 “협상 진정성이 너무 달랐다” 묘한 여운 남겨
[정세영 기자] ‘무엇이 진실일까.’

21일 오후, 충격적인 FA(자유계약선수) 이적 소식이 야구계를 강타했다. 삼성은 이날 강민호와 계약기간 4년, 총액 80억원(계약금 40억원·연봉 총액 40억원)의 조건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강민호는 롯데를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다. 2004년 롯데의 2차 3라운드(전체 17순위) 신인 지명을 받은 후 올해까지 통산 1495경기를 뛰었다. 1495경기는 롯데 프랜차이즈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이다. 아울러 강민호는 KBO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다. 통산 218홈런 778타점이 이를 증명한다. 롯데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단골 멤버’로 활약 중이다.

그런데 의아한 사실은 삼성의 발표에 앞서 롯데가 내놓은 보도자료 내용이다. 롯데는 강민호의 삼성 계약 발표 직전, “두 번째 FA 자격을 갖춘 강민호와 FA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계약이 결렬됐다”면서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강민호 선수의 상징성을 고려해 4년 총액 80억원을 제시했으나, 시장의 평가를 원하는 선수의 의견을 존중해 협상을 최종적으로 종료했다”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같은 값이면 원소속팀에 남는 것이 일반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강민호는 같은 금액에 이적을 선택했다. 다수의 야구 관계자들은 “이럴 경우, 계약을 맺은 쪽에서 계약규모를 축소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보장된 옵션 규모에서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은 “발표액이 전부”라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강민호가 롯데와 협상이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17일 연락을 해 어제(20일) 만나 8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오늘 결론을 내리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도장을 찍은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강민호의 올해 연봉은 10억원이다. FA 보상 규정에 따르면 롯데가 30억원까지 요구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110억원이다. 삼성으로선 80억원 이상의 금액을 부르기 힘들었다. 축소 발표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같은 금액에 삼성을 선택했다면,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강민호가 롯데와 협상 과정에서 ‘감정이 상한 것이 아니겠냐’다. 한 야구인은 “롯데와 강민호가 열흘 동안 협상을 안 했다는 얘기를 듣고 삼성이 계약에 뛰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민호도 “삼성의 진정성이 롯데보다 더 컸다”고 말했다.

여러 말을 추론해보면, 강민호는 롯데에 섭섭한 감정이 있는 게 분명하다. 결국, 롯데와 강민호가 서로 협상을 해볼 만큼 해본 끝에 갈라서는게 아니라는 것이 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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