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스타] 두산 김재환, '4번타자'의 가치를 증명했다

 

[스포츠월드=잠실 정세영 기자] 단기전은 워낙 변수가 많다.

 그러나 승리로 가는 확실한 법은 바로 팀의 간판타자인 ‘4번 타자’의 장타 ‘한방’이다. 그래서 큰 경기를 앞둔 감독들은 일발 장타로 단숨에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주포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김태형 두산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팀 내 4번 타자 김재환(29)의 부담을 확 줄였다. 김재환은 기존 주장인 김재호의 부상 이후 8월부터 주장 완장을 찼다. 하지만 김 감독은 가을 야구를 앞두고 김재환이 아닌 오재원을 주장으로 지목했다. 김재환이 플레이오프에서는 부담을 내려놓고 타격에만 집중하라는 지시였다.

 김재환이 김 감독의 배려에 완벽하게 화답했다. 김재환은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와의 2017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연거푸 대포를 폭발시키며 두산의 17-7 대승을 이끌었다. 아울러 두산은 전날 패배를 설욕하며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균형을 맞추고 마산 원정을 떠나게 됐다.

 찬스 때마다 김재환의 대포가 불을 뿜었다. 이날 첫 대포는 1-4로 뒤진 3회말 터졌다. 2사 후 류지혁과 박건우의 연속안타로 맞이한 2사 1, 3루에서 김재환은 상대 선발 이재학의 3구째 높게 형성된 137km짜리 직구를 통타,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비거리 125m의 동점 대포를 폭발시켰다.

 다음 타석에서의 대포는 승부를 결정짓는 한방이었다. 두산이 최주환의 만루포 등으로 9-6으로 역전에 성공한 6회 2사 1, 2루에서 상대 구원 원종현이 던진 147km짜리 투심패스트볼을 통타, 우측 관중석에 꽂는 동점 스리런포로 연결했다. 이뿐 아니다. 14-7로 크게 달아난 7회 타석에서도 2사 만루서 좌익수 희생 플라이를 날려 1타점을 보탰다. 이날 김재환이 올린 7타점은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타점 타이기록. 김재환에 앞서 김민성(넥센)이 2014년 10월 31일 잠실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7타점을 올린 바 있다.

 김재환은 최근 2년 사이 명실상부한 거포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타율 0.325 37홈런 124타점을 올리는 깜짝 활약으로 두산 새 4번 타자로 자리매김한 김재환은 올 시즌에도 거침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타율 0.340(7위)에 35홈런 115타점(이상 3위)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김재환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과 LG 구단 역사상 최초로 2년 연속 30홈런을 때린 국내 타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재환은 이날 ‘해줘야 할 선수’가 해낸다면 승리한다는 공식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남은 시리즈에서 두산의 ‘해결사’이자 리그를 선도하는 좌타 거포 김재환의 방망이를 예의 주시해야 할 것 같다. 

niners@sportsworldi.com 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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