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이제훈 "대선배 나문희, 손주 대하듯 아껴주셔"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이제훈의 변신은 늘 놀랍다. 드라마 '시그널' 속 프로파일러 박해영이 드라마 ‘내일 그대와’ 속 시간 여행자 유소준이 되었을 때도, 영화 ‘박열’의 아나키스트 박열이 되었을 때도 우리는 이제훈의 캐릭터 분석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속 이제훈은 고지식한 공무원 박민재로 분했다. 박민재는 원리원칙만 따지는 답답한 9급 공무원. 때문에 외적인 변화도 필수였다. 이제훈은 반듯한 가르마에 깔끔한 정장을 맞춰 입고 안경까지 착용해 빈틈 없는 모습과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만들어 관객의 몰입을 도왔다. 대선배 나문희와 철떡호흡을 펼치며 러닝타임 내내 극을 이끌기도 한다.

‘위안부’라는 무거운 소재를 휴먼 코미디라는 장르 안에 녹인 ‘아이 캔 스피크’.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진심을 오롯이 전하기 위해서는 김현석 감독의 연출력 만큼 중요한 것이 배우의 연기력이다. 이제훈은 나문희와 함께 웃음과 눈물 모두 잡는 영특한 연기를 펼쳤다. 덕분에 영화는 손익분기점 180만 명을 가볍게 넘기고 흥행 순항 중이다.

-‘박열’에 이어 역사 의식이 엿보이는 작품에 출연하고 있다.

“배우로서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희로애락을 전해주고 싶은 열망이 있다. ‘박열’을 촬영하고 난 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영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 경험했기 때문인 듯 하다. ‘아이 캔 스피크’를 선택할 때, 아무런 정보 없이 대본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옥분(나문희)과 민재의 소소하고 훈훈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옥분의 깊은 사연이 공개되면서 굉장히 놀랐던 기억이 있다.

-걱정은 없었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과연 이 영화가 상업영화로서 대중에게 잘 전달될까?'라는 우려는 있었다. 또 위안부 피해자를 소재로 한 많은 영화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들과 다르다. 당시 상황의 고통을 정공법이 아닌 우회적으로 돌려 풀어낸 작품이다. 그리고 김현석 감독님의 작품들을 보며 믿음이 생겼다. 단순한 재미를 넘어 남겨진 분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주연 배우로서 영화는 어떻게 봤나.

“저는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일차적으로는 재미를 우선시 한다. 돈이 아깝지 않은 시간을 만드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이 목표는 이룬 것 같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영화라는 문화를 통해 전달이 되길 바랐는데 이 역시 어느 정도 전달될 듯 하다. 배우로서 이런 훌륭한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이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나문희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처음에는 긴장된 마음으로 ‘어떻게 감히 내가 대사를 던지고 선생님의 대사를 받아칠까’ 고민했다. 그런데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 편하고 좋더라. 마치 친할머니 같았다. 막내아들, 손주 보듯 아껴주셔서 현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선생님과 보내는 시간 자체가 마냥 좋더라. 정말 따뜻하신 분이다.”

-대선배와 함께 하는 촬영에 NG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촬영 끝날 때마다 선생님께서 잘한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런지, 촬영 현장 분위기가 자유롭고 편했다. 영어를 가르치는 장면에서 제가 적극적으로 선생님에게 이런저런 표현을 이끌었다면, 다른 장면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느끼는 게 많았다. 실제 선생님은 정도 많고 많이 베푸시는 성격이다. 소녀같은 모습도 있고.”

-영어 잘하시던가.

“영어 대사가 자연스러우시다. 연기를 하시기 전에 성우를 하신 분이라 외화 더빙을 하시면서 익혀진 감이 있다. 후반에 영어로 하는 긴 대사가 있는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셨다. 도움이 되어드려야지 했는데 제 도움이 필요 없으시더라(웃음). 선생님 남편분도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이시고, 따님들도 미국에 거주 중이어서 영어로 소통하는 데 있어 낯설어하시거나 하는 게 전혀 없으셨다.” 

-본인의 영어 실력은 어떤가.


“읽을 수 있으니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촬영 들어가기 전부터 영어 대사가 있는 장면에서는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겠다 싶더라. 전작인 ‘박열’ 촬영 당시 주변 사람들로부터 일본어 배웠던 경험이, 이번에 영어를 자연스럽게 하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영어 대사를 하는 내내 뉘앙스나 단어 악센트 등 최대한 귀 기울이며 지도받았다.”

-예전 인터뷰보다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많은 이들에게 재밌는 이야기로 웃음을 유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예전에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 있어 이야기를 건네야 말문이 터졌다면, 지금은 낯선 이들과 있어도 내가 먼저 말을 많이 걸고, 이야기한다. 이 또한 영화를 찍어나가면서 스태프들과 많은 소통을 하게 되면서 변한 것이다. 그 전에는 그저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면, 지금은 넓은 시각으로 주위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실없는 농담을 던지거나 스킨십을 통해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주면서 나 자신을 유연하게 만들었다. 이게 나의 연기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장에서도 여유가 생겼나.


“제대 후 ‘시그널’에서 조진웅, 김혜수 선배님을 보고 배웠다. 주연배우로서 연기를 잘하는 건 당연하다. 여기에 현장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중요하다는걸 깨달았다. ‘배우니까 연기만 할꺼야’ 라는 마음가짐보다는 같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것이 여유라면 여유일까.”

-영화를 보지 않은 예비관객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현대인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기 바쁜데 이 작품을 통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또 이 영화를 보실 위안부 서른 다섯 분의 할머니 분들이 위로받으셨으면 한다.”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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