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장이 인정한 롯데의 공신… 가을의 톱니바퀴 조정훈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조)정훈이가 들어간 게 정말 크네.”

김경문 NC 감독은 롯데의 상승세를 보고 한마디 던졌다. 롯데와 NC는 3위 자리를 두고 시즌 최종전까지 경쟁을 벌여야할 상황이다. 적장으로서 상대 전력을 분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 김 감독이 본 롯데의 마지막 퍼즐은 조정훈(32)이었다.

성적을 보자. 25경기 21⅓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시즌 막바지 언뜻 큰 도움이 되지 못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8홀드에 4승2패를 거둬들였다. 평균자책점은 4.15로 높은 편이지만 긴 이닝을 소화하지 않는 불펜 특성상 한 두 차례 무너지면 치솟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조정훈은 손승락까지 가는 불펜진의 확실한 징검다리라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박진형과 함께 확실하게 리드를 지켜주는 역할을 해내면서 후반기 롯데가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게한 공신이다.

2009년 공동다승왕(14승)에 오른 뒤 2010년 발생한 팔꿈치 부상에서 기적적으로 복귀한 조정훈이다. 그 동안 수술대에만 네 번을 올랐고 재활기간만 7년이다. 구단이나 본인이나 올해를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올 시즌 정상적으로 공을 뿌리지 못하면 은퇴의 길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원우 감독도 고민을 거듭하다 7월7일 콜업 결정을 내렸고 이튿날인 9일 사직 SK전에서 조정훈은 2010년 6월13일 사직 한화전 이후 2583일 만에 1군 투구판을 밟으면서 지켜보는 이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 뒤 롯데의 가을야구를 이끈 톱니바퀴 중 한 명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7월27일 한화전과 8월2일 LG전 무너져 2패를 경험하고 눈물을 흘렸지만 조정훈은 장시환, 윤길현이 부진하며 불펜전체가 흔들릴 때 합류하면서 후반기 질주의 동력이 됐다.

더욱이 9월 들어서는 안정감이 넘친다. 3일 한화전부터 22일 한화전까지 6경기에서 6⅔이닝 2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2승3홀드를 챙겼다. 최근 기세만 놓고보면 리그 최고수준의 필승조다. 김경문 감독이 조정훈을 롯데 전력의 큰 도움으로 평가할만하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이 점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롯데의 가을야구는 확정됐다. 3위로 준플레이오프 직행카드를 차지하느냐를 놓고 NC와 전쟁 중이다. 조정훈은 적장이 인정한 롯데의 천군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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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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