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신태용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 '히딩크'에 녹인 소신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거스 히딩크 감독님과 관련한 후폭풍 때문에 소신을 저버리고 싶지는 않다. 신태용 축구를 위해 연구하고 있다.”

신태용(47)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히딩크 감독 부임설’을 두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신 감독은 25일 서울 중구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열린 ‘10월 평가전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히딩크 감독님 얘기가 나오고 상당히 힘든 부분이 있다. 욕도 많이 먹었다”면서도 “히딩크 감독님께서 사심 없이 한국 축구를 위해 도와주신다면 1%의 거절 없이 수용하겠지만, 이 부분 때문에 감독이 자기 주관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한국 축구는 지난해부터 약 1년 동안 진행해 온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부진을 거듭했다. 앞서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최종예선 2경기를 앞두고 성적 부진과 리더십 결여를 이유로 경질됐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시점에서 대한축구협회는 소방수로 신 감독이 긴급 투입됐다. 신 감독은 월드컵 본선 진출을 목표로 전력투구를 했으며, 그 결과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답답한 공격력과 허술한 수비진은 여전히 대표팀의 숙제로 남았다. 이와 맞물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를 위해 기여하고 싶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이에 그를 현 대표팀 감독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팬 사이에서 공론화됐다. 아쉬운 점은 협회 측이 이 사안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이 과정에서 협회 전·현직 임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팬들의 불신이 커졌다. 이 화살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 감독에게도 향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오는 10월7일 러시아(모스크바), 10일 모로코(스위스)와의 원정 평가전은 신 감독의 진정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만약 이번 원정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히딩크 감독 영입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신 감독은 “우리의 목표는 10월 평가전이 아니라 월드컵 본선 무대”라고 “경기에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이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잘라 말했다. 결과보다는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는 “히딩크 감독님에 대한 후폭풍이 더 거세질 수 있다”면서도 “그것 때문에 흔들려선 안 된다. 주관대로 대표팀을 이끌 수 있도록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면서 전원 해외파로 구성했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수만으로 대표팀을 구성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결과에 집착했다면 구성할 수 없는 멤버이기도 하다. 그만큼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증거이다. 공격축구라는 자신의 철학대로 정면돌파를 선언한 신 감독이 10월 원정 평가전이라는 고비를 어떻게 넘길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신태용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25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10월 유럽 원정평가전에 나서는 23인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