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의 독한 S다이어리] 정몽규 축구협회장, 전면에서 방아쇠를 당겨라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2년 전인 2015년 한국 축구계는 ‘승부 조작’ 강풍이 불어닥쳤다. 전·현직 선수가 블로커를 통해 승부 조작을 시도했고, 불법 배팅을 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줬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였던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은 전면에 나서서 “제 살을 깎는 듯한 아픔이 있더라도 축구의 기본정신을 저해하는 모든 암적인 존재를 드러내겠다”며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덕분에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 축구는 희망의 불씨를 다시 키우고 있다.

그런데 한국 축구는 2년 후인 2017년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다. 협회 전·현직 직원이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기소 됐다. 12명의 임직원이 관련 사건에 연루됐다. 특히 조중연 전 협회장, 이회택 전 부회장, 김주성 전 사무총장, 황보관 전 기술위원장 등 한국 축구의 역사를 장식했던 이들의 이름이 밝혀지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하지만 협회는 "향후 결과가 나오면 내부규정에 따라 관련자를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기다리고만 있다. 소극적인 대처로 인해 협회를 향한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김주성과 황보관은 현재 대한축구협회 심판운영실장과 기술교육실장을 맡아 24일 현재까지도 협회 홈페이지 조직원 임직원 명단에 버젓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황보 실장의 경우 여자축구 발전 전담부서 '팀 WOW'의 팀장까지 겸직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하고 있다. 현재 이들이 직무 정지 상태인지,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지, 그 어떠한 내용도 협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근 거스 히딩크 전 감독과 관련한 사안 역시 미숙한 업무 처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여기에 거짓말 논란까지 겹쳐지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23일 약 20명의 축구팬은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대한축구협회에서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혼란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내부 임직원의 업무상 배임 혐의는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다.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2016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한 이후 벌써 10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진 것이 없는 협회다. 하지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2년 전 승부 조작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경영학계 거장 마샬 골드스미스 박사는 저서 ‘트리거(Trigger·방아쇠)’를 통해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심리적 자극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람, 사건, 환경이 모두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정의했다. 한국 축구는 분명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변화’가 절실하다. 그저 기다린다고, 시간이 흘러간다고 풀 수 있는 실타래가 아니다. 현재 상황을 극복하고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누군가 전면에 나서 트리거를 찾아야 한다.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리더는 정 협회장이다. 그 역할을 미루는 것도 직무유기임을 잊어선 안 된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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