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알쓸신잡] 프로야구 투수들은 얼마나 멀리 던질까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학창시절 체력장 멀리던지기를 기억하는가. 강한 어깨라고 믿었건만 50m 던지기도 쉽지 않음을 깨닫고 실망이 컸던 이가 많을 터다. 그렇다면 프로야구 투수들은 얼마나 멀리 던질 수 있을까.

전제가 필요하다. 투수들은 멀리던지기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70m 롱토스는 자주 하는 훈련이지만 가슴 근육과 어깨관절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어깨 부상의 염려 탓에 대부분 전력으로 공을 던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십수명의 투수들에게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현장에서는 일반적인 기준이 있었다. 직구구속 140㎞를 던지는 투수라면 150g 정도의 야구공을 100m가량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다. 직접 확인을 해보고 싶었지만 다들 난색을 표했다. 어깨 부상 염려 탓이다. KBO 관계자도 “이벤트라도 멀리던지기 대회는 해본 적이 없다”고 공식기록은 없음을 밝혔다.

그래서 의견청취를 했다. 결론을 내면 100m 안팎이 가장 많았다. 송승준(롯데)은 “마음 먹고 던지면 펜스 근처까지는 갈 것 같다”고 말했고 유희관(두산)은 “100m”라고 단숨에 말했다. 유희관은 “멀리던지는 사람과 빠르게 던지는 사람은 다르다”면서 구속 얘기가 나올까 말을 잘랐다. 김강률(두산)은 “펜스 근처까지는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학(NC)은 “한 번도 안던져봤는데 100m는 가능할 것 같다”면서 “옆구리 투수지만 롱토스할 때는 오버스로로 던진다”고 의심스러운 시선을 해명했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100m 정도라고 답했다. 150㎞를 넘기는 투수는 펜스를 맞출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재미있는 점은 야수와 투수들의 답변이 달랐다는 점이다. 비거리를 훨씬 길게 내다봤다. ‘사직의 미친개’ 나경민(롯데)은 “100m는 가뿐히 넘긴다”고 웃었다. 김재환(두산)은 “고등학교 때 100m였다”며 “내가 어깨가 좋은 편이다. 야수는 어깨가 좋으면 100m는 충분히 넘긴다”고 말했다. 이병규 해설위원도 “100m 넘기는 선수들은 많고 많다”고 말했다. 마음먹고 던지면 100m는 훌쩍 넘긴다는 것이다.

명투수 출신 김시진 감독관이 해답을 내려줬다. 그는 “투수들은 회전을 걸어 직선으로 던지는 데 최적화된 선수들이다. 포물선을 그려서 멀리 던지는 건 오히려 어깨 강한 야수들보다 못할 것”이라며 “나도 현역 때 95m 정도 던졌다”고 말했다. 리그 전체를 샅샅이 조사하면 펜스를 넘겨버리는 비거리 달인이 있을 것 같지만 생업을 위해 자제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한편 야구공 멀리던지기 기네스북 기록은 캐나다 출신의 메이저리거 글렌 애드워드 고보스가 1957년 8월1일 세운 135.88m다. 또 1998년 스즈키 이치로(일본)는 후쿠오카돔에서 열린 올스타전 이벤트에서 130m를 기록했다. 이치로는 150㎞ 강속구를 던진 강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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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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