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분석] '군함도'는 왜 침몰했나

[스포츠월드=김용호 기자] ‘군함도’는 2017년 한국 영화 최대 기대작으로 손꼽혔다. ‘베테랑’으로 1340만 흥행을 경험한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황정민, 소지섭, 이정현 등 검증된 배우에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최고 한류스타로 부상한 송중기까지 가세했다.

영화 개봉 전부터 ‘군함도’의 1000만 돌파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명량’의 1761만 한국 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넘어 심지어 2000만 흥행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미디어도 있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첫 날 97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역대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경신한다. 개봉 2일째 100만, 3일째 200만, 4일째 300만, 5일째 4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 흥행을 달렸다. 그리고 개봉 8일째 500만 관객을 돌파해 1000만 흥행의 반환점을 돌았다. 이 때까지도 ‘군함도’가 1000만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개봉 3주차를 맞은 ‘군함도’의 성적표를 확인해 보고 충격에 빠졌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일일박스오피스에 따르면 지난 12일 ‘군함도’는 불과 4만3749명의 관객을 모았을 뿐이다. ‘택시운전사’, ‘청년경찰’은 물론 ‘애나벨: 인형의 주인’, ‘슈퍼배드3’에도 밀린 박스오피스 5위. 누적관객은 642만3206명으로 아직 700만도 넘지 못했다. ‘군함도’는 개봉 첫 주에 400만을 돌파했다. 경쟁작 ‘택시운전사’가 등장했지만 2주차에 600만을 넘었다. 그런데 3주차에 50만의 관객도 모으지 못한 것. 역대급 추락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1000만은커녕 손익분기점이라고 여겨지는 700만 흥행을 달성할지도 미지수다.

그렇다면 ‘군함도’는 왜 갑자기 침몰했을까. 개봉 첫 주 2000개가 넘는 스크린을 확보한 것을 두고 독과점 논란에 휘말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대한민국의 아픈 역사를 그려내 칭찬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영화였는데 오히려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류 감독이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해 해명했지만 “‘군함도’를 끝으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는 발언이 이기적인 처사라고 지적을 받았다. 

영화가 추구한 진정성이 흐트러졌다. 강제징용으로 고생한 조선인들의 울분을 영화에 담으려 했지만 개봉 전에 한 보조출연자가 “촬영현장이 강제징용”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류 감독은 ‘군함도’를 기획하며 일본인은 절대 악, 조선인은 절대 선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려고 고민했다. 일명 ‘국뽕’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는 대중이 영화에 기대한 것이 아니었다.

정치적 영화로 낙인찍힌 ‘군함도’는 좌파-우파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군함도’를 두고 영화계가 갈등해 내분 양상을 보인 것도 문제다. 류 감독과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강혜정 대표는 각종 영화단체에서 탈퇴하며 서운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역사왜곡, 평점조작 등 각종 논란으로 영화는 망신창이가 됐다. 그러나 논란이 꼭 흥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논란이 마케팅이 된 사례도 적지 않다. 앞서 ‘국제시장’ 같은 영화는 좌파들의 저주에 가까운 공격을 받았지만 1000만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반면 ‘군함도’가 논란을 이기지 못하고 좌초한 것은 결국 영화 완성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류 감독은 독립영화로 출발했다.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주목받았다. ‘주먹이 운다’, ‘짝패’ 등의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의 장기는 ‘액션’에 특화돼 있었다. 이후 류 감독은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 진보정당을 공개지지하기도 했고 좌파 언론인들과 어울리며 사회비판적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결과물 ‘부당거래’는 통쾌했다. 그리고 재벌을 공격한 ‘베테랑’으로 흥행대박을 쳤다. 류 감독이 대중이 원하는 지점을 확실하게 긁어준 ‘사이다’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공에 도취됐는지. ‘군함도’에서 류 감독은 과욕을 부렸다. 민감한 역사적 문제를 영화로 끌어와서 균형감 있게 연출하기에는 감독의 내공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많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담다보니 영화의 밀도가 떨어졌다. 스토리가 뭉개지니 마지막 대탈주 장면에서 류 감독의 장기인 ‘액션’이 주는 쾌감도 사라졌다.

개봉 첫 주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억지로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 ‘군함도’ 침몰의 결정적인 이유다. 영화는 2주차에도 1000개 넘는 스크린을 유지했지만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은 추락했다. 이에 3주차에 새롭게 개봉한 영화들에게 스크린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장산범’(17일 개봉) ‘브이아이피’(24일 개봉) 등 기대작들이 등장하면 ‘군함도’는 상영을 마무리해야 하는 운명이다. ‘군함도’의 실패는 아픈 역사를 스크린에 끌어오는 작업이 얼마나 신중해야하는 하는 대한민국 영화계에 교훈을 남겼다.

cassel@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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