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이엘리야 "제 매력 전부 보여줄 캐릭터 어디 없나요?"

[스포츠월드=김원희 기자] 단발머리에 또렷한 이목구비, 똑 떨어지는 발음으로 얄미운 표정을 짓던 박혜란. 그 얼굴 뒤에는 털털한 웃음과 장난스러운 답변을 척척 해내는 매력만점의 이엘리야가 있었다.

이엘리야는 지난 11일 종영한 KBS 2TV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고동만(박서준)의 전 연인인 아나운서 박혜란 역을 열연했다. 박혜란은 자잘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자신에게 더 좋은 조건을 택하는 인물. 곰인 척하는 여우로,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동만을 떠났다가도 힘든 상황이 오면 순진한 얼굴로 동만에게 돌아가는 일명 ‘썅무파탈’ 캐릭터다.

동만의 소꿉친구인 기 센 여자 최애라(김지원)에게도 스트레스를 안겨줄 정도로 얄미운 언행을 서슴지 않는 캐릭터를 이엘리야는 제 옷을 입은 듯 완벽히 소화해냈다. 깔끔하고 우아한 비주얼은 물론 날카로운 눈빛 하나와 말투 하나까지 시청자들의 분노를 불러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극 후반부 혜란의 인간적인 면모들이 드러나고 또 스스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동정을 이끌어내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스포츠월드와 만난 이엘리야 역시 마찬가지. 100% 여성스러움으로 무장한 겉모습과는 달리, 이엘리야는 때론 커다란 웃음을 보이며 또 때론 미간에 주름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인간 이엘리야’로서의 매력을 가감 없이 발산했다. 이런 다채로운 매력에 다음에 선보일 작품이 벌써 기대된다고 말을 건네자 본인 역시 “엄청나게 궁금하다”며 “저의 이런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 어디 없을까요?”라며 웃는 그. 앞으로 작품을 통해 보여줄 이엘리야의 무궁무진한 얼굴에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단발머리 스타일도 그렇고 도도한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혜란이는 분위기나 느낌 자체가 다른 네 명의 캐릭터들처럼 친근하거나 인간적인 부분이 느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인물들과 나이대가 비슷하지만 무게감이랄까, 스스로 흐트러지지 않게 하는 그런 인물인 것 같았다. 그런 걸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사실 어장관리녀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본인이 받아들이기엔 어땠나.

“성공지향적인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 나이에 아나운서로서 최고의 자리도 가고 재벌가에 시집도 갈 수 있었다. 연애 부분에 있어서도 좀 더 나은 사람, 좋은 사람을 찾았던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이혼을 하게 되고 지고지순하게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동만을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던 거다.”

-그런 동만이를 결국 굉장히 쿨하게 보내줬다.

“혜란이란 존재 자체가 동만이와 애라 둘의 사이에 갈등을 일으킨다든가 그런 사람이었다기보다는 사회적 성취를 다 이뤘지만 결국에는 여자로서 사랑 받고 싶고 안정감을 갖고 싶어서 결국 나를 순수하게 사랑해주는 동만에게 늘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동만이를 애라로부터 빼앗겠다는 마음이 아닌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일 뿐인 거다. 그렇기 때문에 동만이가 사랑하게 된 사람에 있어서도 받아들이고 쿨하게 보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혜란이가 인간적인 성숙을 이루기도 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신이 있다면.

“가리비 축제에 쫓아가서 동만이한테 ‘오빠도 잔인했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오빠 옆에 있는 동안 항상 최애라 때문에 불안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인데 혜란이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던 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신 이후로 혜란이 캐릭터를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연기하는 입장에서 그 신이 가장 인상 깊었다.”

-혜란의 직업이 아나운서였다. 이를 위해 따로로 준비한 게 있는지.

“뉴스를 많이 봤다. 과거 뉴스부터 해서 요즘 하는 뉴스까지 아나운서 분들의 억양 같은 것들을 많이 참고 했고 녹음해서 연습하고 했다. 연기를 하는 발음과 아나운서의 발음이 다르더라. 사촌언니가 아나운서 출신이라 도움을 받기도 헸다.”

-작품에 어떻게 캐스팅 됐나.

“오디션을 거쳐 감독님 미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내 인생드라마 중 하나가 단막극인 ‘눈길’인데 이번 작품 감독님이 그 단막극 감독님이셨다. ‘눈길’을 보면서 꼭 한번 뵙고 싶어서 메모까지 해놨었는데 실제로 뵙게 됐고, 캐스팅이 안 된다고 해도 감독님을 뵀다는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미팅도 좋게 풀어져서 함께 작품까지 하게 됐다. 정말 영광이었다.”

-네 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동안 자기색이 강한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캐스팅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스스로도 궁금한 부분이다.(웃음) 저에게 익숙한 모습과 다른 사람이 보는 저의 모습이 다른 것 같다. 실제로 소신 있는 타입이긴 한데, 저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그런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모니터링을 하면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구나’하고 놀라기도 한다.”

-2013년 데뷔부터 1년에 한 작품씩 했는데, 지난해만 작품이 없다.

“맞다. 3년간 끊임 없이 일을 했다. 1년에 한 작품이긴 하지만 촬영기간이 긴 작품들이었다. 3년이란 시간이 긴 시간은 아닐 수 있지만, 계속 연기를 해오면서 일 속에서 마주하는 내 자신이 내 모습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일 속에 있는 나와 일상 속 이엘리야로서의 삶의 균형이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이엘리야’로서 성장을 못한 거 같았다. 일적인 것을 다 배제하고 나만의 시간 갖고 회복한 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런 개인적인 것들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정말 많은 걸 배운 중요한 시간이었다.”

-다음 작품에선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은지.

“항상 어떤 캐릭터를 맡거나 연기하면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그래서 딱히 어떤 작품이나 캐릭터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내 안에 어떤 무궁무진한 게 있고 또 다음에는 어떤 것들이 발견되고 어떤 모습을 발견해주실까 그게 궁금할 뿐이다. 배역도 다양하게 겪어보고 싶고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다. 내 안에 다양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촬영 없을 때 주로 무엇을 하는지.

“혼자 시간을 갖는다. 책보고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조용한 곳에 여행가 책을 읽곤 한다. 좋아하는 분들의 강연회도 기회를 노렸다 접수해서 듣곤 한다. 최근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철현 교수님의 강연회를 들었다. 국내에서 히브리어를 번역하시는 몇 안 되는 분 중 한 분이신데, 그분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 강연이 끝나고 진행된 사인회에서 줄서서 사인을 받기도 했다. 영광이었다.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했다고 하셔서 직접 하버드대학을 찾아가기도 했다.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어떤 영감을 받으셨을까 그런 걸 느껴보고 싶었다. 그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분이다.”

kwh0731@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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