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모·이진현 아르헨티나전 '선발 확정'… 신태용 감독 '노림수'

[스포츠월드=전주·권영준 기자] 신태용(47) 한국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한축구협회 홍보팀을 자처했다. 훈련 전 인터뷰 선수로 이승모(포항 스틸러스)와 이진현(성균관대)을 ‘콕’ 찍어 지정한 것이다. 여기에 ‘여우 본능’이 숨겨져 있었다. 두 선수는 아르헨티나전에 선발 출전하며, 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신 감독의 계획적인 노림수였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아르헨티나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코리아’ 조별리그 2차전에 나선다. 지난 20일 기니전에서 3-0 완승한 대표팀은 기세를 살려 아르헨티나마저 꺾고 조기 16강 진출을 확정짓겠다는 의지이다.

결전의 날을 하루 앞둔 21일, 대표팀은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을 비책을 준비했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대표팀은 부상 선수 없이 21명의 엔트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전술 훈련에 집중했다. 이보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취재진에게 ‘21일 훈련은 15분 공개 후 비공개로 전환하고, 훈련 후 인터뷰는 없다. 대신 훈련 전 이진현과 이승모 인터뷰가 있다’고 공지했다.

이에 취재진은 현장에서 만난 협회 관계자를 통해 “두 선수를 지목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직접 정해주신 것”이라고 답했다. 통상 대표팀 훈련 전 인터뷰는 홍보팀에서 지정하고, 감독에게 건의해 수락 여부를 확인한 뒤 취재진에 발표하는 것이 통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독이 먼저 나서서 직접 지정한 것이다.

궁금증은 신 감독에게 쏠렸다.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 감독은 이에 대해 “두 선수 같은 중·고등학교 선후배라서 정했다”고 농을 던졌다.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어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는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선수는 오랜 시간 호흡을 맞췄다. 눈빛만 봐도 통하지 않겠느냐”라며 “아르헨티나전 핵심은 중원 싸움에 있다. 두 선수가 잘 해줘야 우리 팀도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설명을 이어간 신 감독은 “아르헨티나 경기를 분석한 결과 미드필더 15번(산티아고 콜롬바토)와 8번(에세키엘 필라시오스)이 핵심”이라며 “아르헨티나는 15번이 볼배급을 하고, 8번이 측면으로 빠져 들어가면서 그 공간을 활용하는 공격을 하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선수를 압박을 통해 사전에 차단해야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중앙 미드필더 이승모와 이진현이 활약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신 감독은 “두 선수는 내일 선발 출전한다”고 전격 예고했다. 선수단 동기 부여를 위해 선발 명단 공개를 꺼려온 신 감독의 이와 같은 공개는 의외였다. 그만큼 두 선수의 활약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단순한 인터뷰를 통해서 두 선수의 기를 살려주면서, 동시에 책임감을 요구한 신 감독의 노림수였다. 여우의 ‘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young0708@sportsworldi.com / 사진 =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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