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한석규 "대중과 나, 몰라야 보는 맛 새롭지 않을까"

[스포츠월드=최정아 기자] 영화 ‘프리즌’이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에도 불구하고 누적관객수 292만 명을 돌파했다. 손익분기점이 215만 명이었으니 ‘흥행 성공’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외화 ‘미녀와 야수’라는 막강한 경쟁작이 있었음에도 꽤 훌륭한 결과를 낳았다.

상업 영화이니 관객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실 ‘프리즌’은 흥행 여부를 떠나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다.

일단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 한석규가 등장한다. 그리고 30대 배우중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김래원이 한석규와 호흡을 맞춘다. 여기에 일찍이 충무로에서 입소문이 자자했던 시나리오가 더해졌다.

‘프리즌’은 교도소에서 세상을 굴리는 놈들, 그들의 절대 제왕과 새로 수감된 전직 꼴통 경찰의 범죄 액션 영화. 한석규는 교도관들조차 자신의 발 밑에 두고 쥐락펴락하는 절대 제왕 익호 역을, 김래원은 남다른 깡다구의 전직 경찰 유건 역을 맡았다.

-인터뷰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배우는 말로 하는 직업이 아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잘 안 한다. 미사여구만 늘어놓게 되더라. 인터뷰를 끝내고 집에 오면 ‘으이구 이놈아’ 하면서 자책을 하게 된다.”

-나현 감독이 왜 한석규라는 배우에게 역할을 맡긴 것 같은가.

“나 감독이 2013년에 작품 제안을 했던 적이 있다. 그 영화는 불발되면서 작업을 하지 못했지만 그 당시 약 1년동안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러던 중 다른 시나리오를 보내주더라. 그게 ‘프리즌’이었다. 처음에는 익호 역할을 저에게 맡겼다는 것이 의문이었다. 그래서 ‘왜 나예요?’라고 농담처럼 물어봤다. 그랬더니 저에게서 익호의 모습을 봤다고 하더라. 배우로서 기분 좋은 말이다. 그래서 출연을 결심했다.”

-교도소의 제왕 익호 캐릭터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그동안 왕 역할을 많이 했다. 어느 날 SBS ‘뿌리 깊은 나무’ 김영현 작가가 ‘군주론’이란 책을 선물해줬다. ‘우매한 사람들을 통치하기 위해 이렇게 하라’는 얘기를 쓴 책인데, 통치자 외에는 보면 안 되는 금서다. 이 책에서 느낀 걸 ‘프리즌’으로 표현 해봐야겠다 싶었다. ‘프리즌’의 소제목은 ‘영원한 제국’이다. 교도소라는 공간을 통해 영원한 제국을 만드는 익호를 그리려 했다.”

-권력에 대해 말하고 싶었나.

“인간 문명사가 있는 한 권력, 지배와 피지배 문제는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프리즌’을 통해 답을 내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런 문제를 한 번 환기하고 싶단 생각은 있었다.”

-‘프리즌’은 어떤 영화인가.

“독같은 이야기다. 독, 고통. 이런 단어가 떠오른다. 보통 창작자는 메시지를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얘기하는데 사랑, 희망을 통해서 얘기하는 방법이 있고 고통을 통해 얘기할 수도 있다. ‘프리즌’은 후자다.”

-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한석규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0년대엔 ‘연기자 한석규’로서 뭔가를 이루고 싶고, 해내고 싶었다. 목표에 정신이 팔렸다고나 할까. 젊어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완성한다’는 마음보다는 그냥 ‘한다’ 혹은 ‘계속한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25년동안 연기를 했다. 배우란 무엇인가.

“언제부턴가 내가 뭐 하는 사람인가 생각을 많이 했다. 배우가 대체 무슨 뜻일까 찾아봤다. 배우(俳優)의 배는 사람 인(人)변에, 아닐 비(非)를 쓴다. 사람이 아니라는 뜻일까(웃음). 사실 연기라는 게 일본을 거쳐서 온 문화잖나. 우린 마당놀이를 했으니 딱히 이름 붙일 건 없었을거다. 일종의 신조어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배우가 하는 일, 뜻에 대한 답이 단번에 안 나오더라.”

-답을 찾았나.

“그런 고민 중에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하게 됐다. 적어도 해는 끼치지 말고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한 발짝 한 발짝씩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대중은 왜 한석규를 사랑할까.

“오래 했으니까 알아주는거 같다. ‘그래 니가 뭘 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그런 거 아닐까. 반면 배우가 익숙해지는 건 연기에 썩 좋지가 않은 것 같다. 서로 좀 몰라야 보는 맛이 새롭지 않겠나(웃음).”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