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K리그, 관중 ‘반토막’… 넌덜머리 나는 비

“넌덜머리가 나요.”

20일 프로축구 성남 일화와의 홈 경기 직전. 수원 삼성 관계자는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 세차게 내리치는 장대비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정규리그 1∼2위가 서로 맞붙으면서 프로축구 최고의 빅뱅으로 떠오른 이날 경기였지만, 정작 관중 농사에서 흉작을 거둘 게 뻔했기 때문이다.

태풍 ‘갈매기’로 인한 장대비가 원수였다. 이날 오후에 잠시 그쳤던 비는 경기 한 시간을 앞두고 다시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붕 밑 한가운데 있는 기자석에도 빗줄기가 들이닥쳤다. 빅버드처럼 배수 시설이 잘 돼 있는 곳이 아니었다면 선수들이 물 위에 떠 다니는 볼을 차는 그림이 충분히 연상될 정도였다.

“관중 수를 반토막 내는 비다. 1만8000명 가량을 손해볼 것 같다”는 게 경기 전 수원 구단의 관측.

수원은 성남과 실질적인 양강 구도를 형성한 2006년부터 정규리그 및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차례 성남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평균 관중은 3만2587명이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 수가 1만9253명이었으니 수원 측 예상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셈이다.

수원에 비가 야속하기 짝이 없는 것은 올 시즌 ‘빅매치’ 때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FC서울과의 첫 ‘수원벌 라이벌전’에서도 분위기를 한창 띄우고 관중몰이에 나섰으나 보슬비가 내리면서 2만3734명만 기록하는 데 그쳤다. 최근 3년간 수원의 서울전 홈경기 평균 관중은 3만2039명. 거의 1만명 가까이 손해를 봤다.

수원 차범근 감독이 매번 칭찬하는 ‘3만 관중’의 힘이 없어서일까. 공교롭게 수원은 올 시즌 서울전과 성남전에서 ‘유이’한 홈 경기 패배(7승2패)를 맛 봤다. 수원 관계자는 “수원은 도시 특성상 예매 관중이 전체 관중의 5∼10% 정도 밖에 안 될 만큼 적다. 앞으론 비 내리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해야할 판”이라고 씁쓸해 했다.

수원=스포츠월드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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