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이슈] 이승우, 월드컵 버려서 월드컵 취하다

[스포츠월드=권영준 기자] “월드컵 본선 생각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월드컵은 반드시 가고 싶다.”

이승우(20·헬라스 베로나)의 목소리는 진지했지만, 기대감이 부풀어 있었다. 아직 23인의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결정 나지 않은 만큼 월드컵 본선보다는 소집 훈련에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월드컵을 버려서 월드컵을 취하겠다는 똑 부러지는 생각을 나타낸 것이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월드컵 축구대표팀은 21일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에 참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태용 감독을 필두로 코칭스태프와 28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의 선수가 참가했다. 부상을 당한 권창훈은 참석하지 않았고, 소속팀 일정이 끝나지 않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김승규 정우영(이상 빗셀 고베) 권경원(톈진 취안젠)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로 합류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멤버 중 시선을 모은 선수는 단연 20살의 막내 이승우였다. 신 감독은 지난 14일 28인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승우를 깜짝 발탁해 시선을 모았다. 앞서 신 감독이 성인(A)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단 한 번도 소집하지 않았던 이승우 발탁을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연령대별 대표팀에서 이승우와 호흡을 맞췄던 신 감독은 “이승우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면서 “공간 침투가 좋고, 돌파가 날카로운 이승우는 스웨덴전에 필요한 선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시티) 등과 함께 당당하게 출정식 무대에 오른 이승우는 “너무 떨린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무대이기에 더 설렌다”며 “좋은 활약을 펼쳐서 최종 명단에 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대표팀 소집 첫날이라 어색하기도 하다”며 미소지은 뒤 “조금씩 운동하고 생활하면서 형들에게 많이 배우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관심은 이승우가 최종 23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느냐 여부이다. 그런데 이승우는 “본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승우에게도 월드컵 본선은 ‘꿈의 무대’이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 앞에 섰다. 그런데 본선을 생각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승우의 입에서는 현명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승우는 “정말 월드컵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최종 명단이 아니다. 본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일단은 (국내에서 펼쳐지는) 2차례 평가전이 중요하다. 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월드컵에 갈 수 있다. 2번의 평가전 생각만 하고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손흥민-황희찬(잘츠부르크)으로 이어지는 공격라인과 이재성(전북)-권창훈(디종)으로 연결되는 측면 라인에 기대를 걸었다. 이승우의 경우는 조커 또는 스웨덴전 히든카드로 설정했다. 그런데 권창훈의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이승우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 다만 이승우가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이날 오후부터 시작하는 소집 훈련과 2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승우는 “부담감은 없다. 큰 자리에 오게 돼 너무 기쁘다”며 “형들에게 많이 배워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선수로서 한 계단 성장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당돌한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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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 이승우가 2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두홍 기자 kimdh@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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