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의눈] 올인과 백기…두산은 그렇게 1위를 질주한다

[스포츠월드=권기범 기자]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린다.’

올 시즌 김태형 두산 감독이 선택한 확실한 양분운영이다. 접전 혹은 추격이 가능한 점수차라면 제대로 붙어보고, 시작부터 무너진다면 아예 수건을 던지는 형태다.

지난 22일 잠실 KIA전이 좋은 예다. 4연승을 달려오며 어린 필승조들의 등판이 잦았다. 선발 유희관의 긴이닝 소화가 절실했지만 3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김태형 감독은 변진수, 김정후를 투입했다. 그들이 계속해서 추가실점을 하자 중반부터는 아예 주전야수를 불러들였고 신인 박신지와 안면부상 이후 복귀한 김승회를 투입하며 컨디션을 점검했다. 그렇게 4-14로 완패.

23일 현재 두산은 18승6패로 단독 선두다. 1패→5연승→2패→8연승→1패→1승→1패→4연승→1패를 기록해왔다. 연승이 많은데 승리 대부분이 초반 승기를 잡은 게 아닌 접전에서의 승부였다. 그렇다 보니 필승조 투입은 어쩔 수 없는 일. 일각에서는 함덕주, 박치국, 곽빈, 이영하 등 20대 초반 불펜투수의 시즌 초 ‘혹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생길 정도다. 이현승, 김강률이 부상과 부진으로 엔트리에 빠져있으니 그간 이들의 과부하는 당연했다. 이영하는 5선발 이용찬의 턴에 투입됐고 다음에도 임시선발이다.

사실 김 감독도 예상 못한 의외의 전개다. 내년을 위해 만들어가는 시즌으로 판단하고 개막을 맞이했는데, 어린 불펜진의 깜짝활약, 또 공교롭게도 타선마저 뒷심을 보여주며 승리를 추가해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김 감독은 “무엇보다 불펜진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다 막아준다”며 “올해는 경험이나 쌓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잘해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로인 이상 연승의 기회가 오는데 필승조를 아끼면서 승리확률을 낮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연승 기회가 오면 필승조가 좀 힘든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다.

그래도 최소한의 관리는 필수다. 그게 바로 전날 경기 같은 대패의 과정이다. 등판간격의 마지노선을 정해놓고 아예 필승조 몇몇의 등판불가 날짜에 선발투수가 무너지면 사실상 그냥 백기를 드는 형태다. 사실 연승 기회가 오면 대부분의 팀에서 선택하는 전략인데, 접전에서 거의 승리하는 두산이기에 그 효과가 더 극명해보인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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