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나는 꼰대다

남자들은 누구나 축구를 보면 히딩크가 된다. “야 왼쪽으로 패스 해야지 왼쪽 공간 비었잖아? 치고 나가야지 패스 주고 받고 그래. 안뛰냐? 슛을 해야지 뭐하냐? 슛 타이밍에서 아유 쟤 빼. 이래서 16강가겠어?”

 

그리고 마지막엔 한 마디를 꼭 더 붙인다. “뭐하냐 밥만 먹고 축구만 하는 놈들이… 2002년 때는 안 그랬는데 애들이 헝그리 정신이 없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나는 축구 팬이라고 할 것이다. 그럼 이 상황의 주제를 축구 말고 인생이란 단어로 바꿔 보자.

 

“인생이란 말이야 그렇게 살면 안 되지 이렇게 노력도 안하고 취직이나 하겠어? 이럴 때 일수록 더 노력하고 자기발전을 해야지 이래 가지고 밥 벌어 먹고 살겠냐고? 하여튼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애들이 노력을 안 해 요즘 애들이란…”

 

위에는 축구팬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며 밑에는 팬이 아닌 꼰대라는 이름으로 불려 질 것이다.

 

꼰대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봤다. 아버지나 교사 등 나이 많은 남자를 가리켜 학생이나 청소년들이 쓰던 은어이나 근래에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이른바 꼰대 질을 하는 직장상사나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변형된 속어라 한다. 하지만 꼰대란 단어가 과연 나이 많은 남자와 선생님 직장상사에 국한된 내용인가 싶다.

 

요즘 정치권에서 이래저래 댓글 문제가 많지만 포털사이트의 댓글은 남의 인생에 대한 평가로 더 가관이다. 하여튼 페미니스트는 말이야, 한남충은 말이야, 여자가 말이야, 애 엄마가 말이야. 연예인들 SNS 말이야, 예능 프로가 말이야, 야구 선수가 말이야, 부동산 정책이 말이야 로 시작 되는 평가들이 넘쳐 나고 있다.

 

사실 누군가의 인생과 누군가의 일에 대해 3인칭시점에서 바라본다면 그것만큼 평가하기 쉬운 건 없다 그 인생을 살아 본적이 없으니. 내가 듣기 싫은 말이라면 남도 듣기 싫어하진 않을까?

 

혹시 재벌의 갑질을 논하면서 편의점 파트타임 알바에게 무례하게 구는 당신을 마주 한 적은 없는가? 그 사람의 인생을 단순히 보이는 몇 가지를 보고 조금만 맘에 들면 ‘갓’(god)이 되고 조금만 내 생각에 벗어나면 ‘충’(蟲)으로 표현 한 적은 없는가? 명절에 만나 조카에게 독설을 퍼붓는 고모 보다는 그냥 이모가 더 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누군가의 문화적 꼰대가 아닌가를 생각해 볼 때이다.

 

황현희 개그맨 겸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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